|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일본 불매운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례 없는 장기간 일본 불매운동의 동력으로 △자발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정 효과 등을 꼽고 있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일본 보이콧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점점 늘어나면서 불매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반일운동이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시민들이 직접 감시하는 점도 장기간 불매 운동의 특징으로 보인다.
◇日불매 한 달 가능 이유?…누구의 강요도 아니었다
지난달 4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 소재 3종류의 수출 규제 강화조치를 시행한 이후 반일 운동이 4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반일 운동은 더욱 거세졌다.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 소상공인이 등장했고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감시하는 파파라치까지 생겼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 불참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방위적인 일본 불매운동의 특징으로 자발성을 꼽는다. 이번 반일 운동은 정부와 정치권이 아닌 시민들이 직접 주도했다는 것. 그러다보니 불매 움직임도 장기간으로 지속됐다는 분석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번 불매운동은 누구의 강요가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뤄졌다”며 “일본 보이콧에 참여하는 시민 모두가 운동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교수는 “오히려 정치권이나 정부가 나서서 불매운동을 주도하면 애초 시민 자발적인 불매운동의 목적이 퇴색할 가능성도 크다”고 꼬집었다.
SNS를 통해 반일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더욱 결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게시글이나 유행·운동 등이 순식간에 확산되는 곳이 바로 SNS”라며 “반일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SNS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했다”고 봤다. 이어 “시민들은 `나만 일본 정책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를 동력삼아 일본 보이콧 운동을 지속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NS상에는 ‘NO JAPAN’·‘가지 않습니다’·‘사지 않습니다’ 등의 포스터와 손편지 게시물이 한 달 넘게 공유되고 있다.
|
◇목적 명확한 반일 운동…감정적인 움직임 경계
시민들이 직접 나서 감정적인 반일운동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도 불매운동 장기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과격한 시위를 자제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불매운동 개입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촛불문화제로 확산되면서 평화로운 반일 운동 양상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 중구의 `노 재팬(No Japan)` 깃발 게시를 시민들이 직접 반대하며 철회시켰다는 점도 이같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봐야 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불매 운동의 목적은 강제 징용 배상 문제·수출 규제 문제와 관련 일본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이라며 “단순히 ‘일본이 싫다’는 감정 배설 운동이 아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합리적인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 교수는 “오히려 폭력적이고 감정적인 운동으로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시민들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운동을 하자고 시민들끼리 자연스럽게 합의하는 과정을 거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보다는 일본과 협상해야 하는 한국 정부에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크다”며 “일본정부의 실질적인 스탠스 변화를 이끌어 낼 때까지 일본 불매운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