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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톨 의혹 없다"→"답변할 위치 아냐"…달라진 이복현의 입[위클리금융]

송주오 기자I 2024.10.19 06:00:00

도이치 사태 관련 발언 수위 낮춰
올초 정무위 회의서 질의 받지 않은 상태서 답변 자처
"증거 있으면 기소했을 것"…김 여사 적극 변호
17일 국감서는 소극적 태도로 돌변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의혹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장이 1년 사이에 변했다. ‘주가조작 의혹이 없다’고 자신했던 태도에서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소극적인 입장으로 전환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 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결정에 대한 질의에 “금감원이 조사심리 이후 이첩한 사건이 아니라 검찰에서 인지수사 형태로 해서 증거관계에 대해서 실제로 잘 모른다”며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원장의 답변은 1년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검찰이) 기소했을 텐데 증가가 없는 거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너무 정치적으로 취급해서 간단한 사건을 그냥 무혐의 처분하면 될 걸, 그걸 면하려고 조사를 안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올해 1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묻고 답변을 들은 뒤 넘어가려 했다. 이 원장은 “주가 조작에 대해선 감독원이 하는데 저한테는 안 물어보시냐”며 답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특검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 건은 지난 정부에서 오래 조사해왔고 (제가) 20년 이상 주가 조작을 수사해 온 입장에서 보니 증거가 있으면 당연히 기소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혜련 21대 정무위원장도 “어떻게 한 톨의 증거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저도 당시 이성윤 검사장을 모시고 있었는데, 정말 기소하려고 했는데 못 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지난 5월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원장은 라디오 방송서 “제가 봤던 지난 정부에서 수사 결과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나 생각은 들었는데, 그 이후에 그게 증거 판단의 문제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 관계의 문제인지 이런 것들은 제가 잘 모르겠다”며 “검찰이 왜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악화된 여론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 기관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김건희 특검’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유권자의 63%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특검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26%에 그쳤고,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0.9%(총 통화시도 9160명 중 1001명 응답완료)였다. 통계보정 기법이나 설문지 구체 문항 등 조사 관련 상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온도차를 보인 것도 이 원장이 발언의 수위를 높일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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