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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명이 있어야 할 곳에는 흰색 배경에 빨간색 글씨로 ‘오빠 여기 (가격이) 쌀 것 같아’라고 적혀 있다. ‘가격이’라는 글자는 작게 표기돼 있었다.
메뉴판 속 음식들은 음란물 제목을 연상케 했다. △[국산] 그녀의 두툼한 제육볶음 △[애니] 오뎅탕 돌려먹기 △[서양] 자고있는 김치전 몰래 먹기 △[일] DoKyoHoT 쏘야 △[러] 잘 익은 치킨너겟 △[하드코어] 츄릅 과일후르츠 △[유/모] 입가에 흘러넘치는 콘치즈 △[노/모] 따먹는 캔음료 등이다. 각 메뉴의 가격은 동영상 크기를 의미하는 ‘GB’(기가바이트)로 적혀져 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학 측은 해당 주점을 철거했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처에서 인지 후 즉시 철거조치를 진행했다”며 “부스를 기획한 회계학과 학생회 측에 경고하고 반성문 작성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안을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전체 학생회에 공지한 뒤 재발 시 엄중히 조치할 것임을 경고했다”며 “건전한 축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축제 주점에서 사용된 선정적 표현은 여러 차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16년에는 ‘오빠 여기 쌀 거 같아(가격이)’라는 현수막이 게시돼 비판을 받았고 2017년에는 ‘섹파전’, ‘속살이 궁금해? 그럼 벗겨’ ‘주물럭줘’ 등의 선정적 문구로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될까?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23일 “학생 자치에 있어서 총여학생회 폐지의 흐름이 있었다. 그런 흐름 속 성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다룰 만한 학내 주체들이 전무해졌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편향적인 성차별 정보에 노출돼 있고, 이를 반복 재생산한다. 필터버블에 갇혀 있다”며 “대학에서조차 일상의 성차별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이나 계기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표현의 사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