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인슈어테크(보험+IT)기업 보맵의 류준우 대표는 지난 17일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특별연속 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 강연에서 변화하고 있는 최근 국내 보험 시장에 대해 언급했다. 보험 설계사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조직이 단단하기로 소문난 보험 업계도 언택트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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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동차보험이나 여행자보험처럼 상품 구조가 단순한 보험일 수록 온라인·전화·홈쇼핑 등 언택트 시장에서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자동차 보험 시장은 50% 이상이 온라인 채널(다이렉트)로 넘어왔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설계사들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보험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주고 있다. 1960년대부터 유지됐던 한국 보험산업의 틀 자체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보험 설계사들이 팔아온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통해 성장했다. 덕분에 보험사는 손쉽게 성장할 수 있었고 설계사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보장 받았다. 보험사들은 대규모 설계사 조직을 꾸려왔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보험 소비자들이 소외되기 쉽다는 점이다. 필요하지 않은 보험까지 과도하게 가입하는 일이 많았다. 보험설계사와 보험사,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류 대표가 온라인 보험 플랫폼 보맵을 창업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이런 보험산업 구조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됐다는 게 류 대표의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기에게 맞는 보험을 직접 살펴보고 온라인으로 직접 가입하는 형태다.
류 대표는 “앞으로는 레고처럼 자기가 필요한 보험을 골라서 가입하고 보장을 추가하는 형태의 미니보험이 많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귀가안심보험은 매월 2000원, 출퇴근 실족보상보험을 매월 1000원 식으로 필요한 보험상품에만 가입하는 식이다.
코로나19 확산은 보험 업계 내 카카오와 네이버 등 전통적인 언택트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각각 ‘커뮤니케이션’과 ‘검색’이라는 서비스 분야를 독점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판매 가능한 보험상품을 늘리고 있다. 비대면으로 보험 상품이 팔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토스나 뱅크샐러드 등 새로운 핀테크 업체들도 보험 판매에 나서고 있다. 어느덧 ‘예전에 알던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보험’의 형태가 ‘자주 방문하는 플랫폼에서 보험을 골라 가입하는 형태’로 바뀐 셈이다.
보험과 플랫폼의 결합은 다양한 보험 상품 출시를 가능케 한다. 예컨대 스마트워치 등의 단말기를 통해 측정되는 건강 데이터를 통해, 건강한 사람의 보험료를 깎아 주는 식이다. 보맵이 구상하고 있는 보험 상품의 형태이기도 하다.
류 대표는 “금융 데이터를 농축하면서 이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고 다른 플랫폼과의 연계도 강화한다면 우리만의 독특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SGI서울보증보험을 퇴사하고 2015년 보맵을 창업했다. 보맵은 2017년 4월부터 보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가입자들의 보험료 보상을 비대면으로 대신 청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험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회원 수가 160만명까지 늘었다. 총 215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하나금융도 주요 투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