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IT 알못’ 이었던 지라 스마트폰을 처음 담당하게 됐을 때 알 수 없는 용어들에 혼란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배터리나 저장공간, 메모리 같은건 대강 용량(숫자)이 크면 좋은 건 알겠는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며 카메라 성능 관련 전문 용어들이 나오면 멍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죠. 스마트폰은 늘상 쓰는 제품인 만큼 분명 안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건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딱 들어도 뭔지 모르겠는 용어가 있었으니 ‘주사율’이었습니다. 디스플레이쪽에 있으니 관련 성능인 것 같긴한데 진동수를 나타내는 단위인 헤르츠(Hz)를 쓰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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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화면 스펙 한자리 차지한 ‘주사율’은 무슨 뜻?
주사율이란 1초에 화면이 몇 번 움직이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주사율 표준이 60Hz 정도인데요, 이는 1초에 60장의 화면이 지나가는 것을 뜻합니다.
1초에 여러장의 화면이 지나갈 수 있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와닿지 않으시나요? 정확히 같은 원리는 아니지만 학창시절 한 번쯤 교과서 귀퉁이를 이용해 만들어봤던 ‘플립북’을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플립북은 초기 애니메이션 기술로, 낱장마다 각 동작의 연속적인 그림을 그린 후 빠른 속도로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데요. 이 때 미세한 차이의 그림의 장수가 많을수록, 또 빨리 넘길수록 그림이 더욱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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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스마트폰에서 주사율이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갤럭시S20의 경우 120Hz 주사율이 적용되는 것은 ‘FHD+’(2400x1080)해상도에서만입니다. 최고 해상도인 ‘WQHD+’(3200x1440)에서는 60Hz의 주사율이 적용됩니다.
또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기기가 자체적으로 주사율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2017년 모토로라에서 출시한 게이밍 전용폰인 ‘레이저’는 배터리 절약 모드에서 주사율이 20Hz로 급감합니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는 것이 디스플레이인데다, 한번에 여러장의 화면을 보여주는 고사양을 구현하려면 배터리 소모가 더 많을 수밖에 없겠죠. 배터리가 절약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주사율을 낮게 바꾸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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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콘텐츠·고화질 이미지 많아지면서 주사율 중요
주사율은 원래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성능이었습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고해상도의 게임을 하는데 화면이 버벅거리면 낭패일테니까요. 실제로 높은 주사율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의 생존률이 높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고사양의 스마트폰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이 늘면서 스마트폰에서도 주사율이 중요한 지표가 됐습니다. 미국 유명 과학지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는 앞으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해상도 보다 주사율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8K동영상도 찍고 볼 수 있는 시대이니 말입니다.
갤럭시S20이 이미 120Hz의 주사율을 적용했고, 일부 게이밍 전용 스마트폰들도 90Hz의 주사율을 선보인 만큼 올해 공개할 프리미엄급 스마트폰들도 90~120Hz의 높은 주사율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주사율이 높으면 배터리 소모가 클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그래픽카드(GPU), 저장공간(RAM) 등의 사양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고사양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죠.
업계에서는 앞으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경우 90Hz 이상의 주사율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보는’ 것이 핵심인 만큼 높은 주사율을 경험한 사용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고사양 게임과 가상현실(VR) 등 높은 주사율을 요구하는 새로운 콘텐츠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