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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한땅을 밟는 북측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한다는 방침이다. 군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환영식이 대표적이다. 앞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평양 방문 당시 북측 육해공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은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어 소나무 공동식수, 친교산책, 환영만찬, 환송행사 등을 통해 정상간 우의를 다질 예정이다.
주목되는 점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남북 정상간 논의 내용이다. 이번 회담은 5월말 또는 6월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성격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지렛대 삼아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종전 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제시할 경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초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또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언급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비핵화를 담보로 관계정상화를 포함한 북미수교 등 체제안전 보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될 경우 관계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쳐왔다.
남북 양측의 공식수행원 면면을 살펴보면 정상회담의 성과를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해빙 무드 당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양측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우리 측 수행원은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등 7명이다. 정경두 합참의장이 포함된 게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또 지난달 초 대북특사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 김정은 위원장과 4시간여에 이르는 만찬회동을 가졌던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도 포함됐다.
북한 수행원의 면면도 이에 못지않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방한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이 눈에 띈다. 이밖에 김영철·최휘·리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포함됐고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 군 수뇌부와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도 공식수행원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제 1·2차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남북의 외교장관들이 공식수행원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남북한의 의견접근 또는 합의를 상대적으로 낙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의 대화 당사국으로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을 고집해왔다. 아울러 남북한의 군 수뇌부가 이번 회담에 배석한다는 점에서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는 물론 종전선언에 대한 진전된 논의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