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올초 용역 의뢰한 산업연구원의 ‘한미FTA 변화가 한국의 대미 직접 수출입 관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FTA 변화 가능성은 대해 파기, 부분개정, 존치 등 세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이 문건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보고됐다.
▶시나리오1:한미 FTA 파기
시나리오1은 한미FTA 파기를 가정한 극단적 시나리오다. 한미FTA가 파기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양국의 무역은 최혜국대우(MFN) 관세율 적용을 받게 된다. 최혜국 관세율은 업종별로 우리나라가 4~9% 수준, 미국이 1.5~4% 수준으로 한국의 관세율이 더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국 수출은 13억달러 감소한 반면, 미국의 한국 수출은 13억달러 감소하는 결과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무역수지가 오히려 2억달러 감소하기 때문에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미국의 의도와 어긋나 파기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시나리오2: FTA 존치,원산지 기준만 엄격 적용
반대 방향의 극단적 시나리오다. 한미FTA는 그대로 존치하지만 수입상품에 대한 원산지 기준을 깐깐하게 적용하면서 수입 제한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원산지 규정에 대비가 상대적으로 철저한 대기업은 한미FTA 혜택을 받는 관세율을 적용받지만, 미흡한 중소기업은 FTA혜택을 받지 못하고 MFN 관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우리의 대미 수출이 4억달러 가량 감소하면서 미국에게 이득이다. 다만 트럼프가 대선 때부터 모든 FTA를 재검토하고 개정 가능성도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끝없이 던진 터라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 시나리오3: 부분 재협상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물품취급수수료(MPF)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품취급수수료는 한미FTA에 따라 한국의 수출품에 대해서는 면제돼 있지만 이를 다시 재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세율을 다시 조정하는 재개정은 한국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이 적은 부분에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내용이다. 이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약 2억달러 규모로 감소(한국의 반대급부는 미산정)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같은 산업연구원의 전망에 대해 통상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물품취급수수료의 경우 미국이 체결한 대부분 FTA에서는 면제 조항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국만 콕 찝어 삭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물품취급수수료를 부활할 경우 한국이 반대급부로 다른 조건을 내걸 수 있기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자동차 무역불균형 등을 문제시 삼고 있는 터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 개선 등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통상전략실장은 “물품취급수수료는 미국이 아직 한번도 언급 한 내용이 아니라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 자체가 워낙 실체가 분분하다 보니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기존에 문제를 제기했던 자동차 환경기준 등 규제개선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시나리오를 작성한 터라 미국의 재협상 결과물이 실제 이렇게 나올지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를 대응하고 우리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