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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될 성 부른 주식을 사서 장기간 묻어두라고 외치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베트남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펀드시장에 돌풍을 불고 왔던 ‘메리츠코리아펀드’가 1년새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존 리 대표는 꾸준히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10년간 팔 수 없는 폐쇄형 펀드를 운용해 자신이 그토록 강조하는 장기 투자의 마법을 보여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전략이다. 단기투자에 익숙한 국내 펀드 투자자들이 과연 10년간 묶어두는 펀드에 움직일 지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일 메리츠자산운용은 베트남 주식과 국·공채 등에 분산 투자해 장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메리츠베트남증권투자신탁’을 다음달 5~9일까지 판매한다고 밝혔다. 정해진 기간 동안만 자금을 모집하고 그후 10년 동안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다. 일반 주식형펀드 중 10년 폐쇄형이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단타 성향이 강한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10년간 못 파는 펀드를 베트남에서 낸 속내는 무엇일까. ‘좋은 주식을 사 오랫동안 묻어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자신도 과거 삼성전자(005930)를 사 100배 가까운 수익을 낸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운용하는 메리츠코리아펀드 수익률은 부진하기 짝이 없다. 화장품, 음식료주 등 상대적으로 비싼 주식을 주로 담았는데 시장 흐름이 대형주로 옮겨가면서 최근 1년간 수익률은 -21.05%에 이른다. 1조5000억여원의 설정액 중 지난해에만 1조3000억원이 순유입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막상 이들은 끝없이 추락하는 수익률에 존리 대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던 차다. 이를 참지 못하고 올들어서만 이 펀드에서는 1380억원 이상이 빠져 나갔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 베트남이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장기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성장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베트남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대다. 평균연령은 29세, 인구는 1억명에 가깝다. 전세계 생산공장이 싸고 질 좋은 인구가 몰려있는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 베트남 VN지수는 연초 대비 15%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존 리 대표가 삼성전자로 높은 수익를 낼 수 있었던 건 당시 우리나라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경기도 안좋고 주식도 박스권에 갇혀 있어 장기투자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려운 만큼 장기투자가 꼭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0년간이나 환매가 불가능한 펀드를 설정한 건 운용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가 조금만 오르거나 빠져도 환매하려는 욕구가 강한데 이를 일정 기간 막아둔다면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운용자 입장에서는 수시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예측해 대응하지 않아도 돼 운용에 집중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폐쇄형 펀드는 운용자가 자금 유출입을 신경쓰지 않고 운용에만 집중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며 “수익자 역시 일반 개방형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코리아펀드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단기간에 수익률 하락을 경험하고 실망한 채 펀드투자를 멀리할 것을 걱정하는 존 리 대표의 모험인 셈이다.
그러나 과연 이 펀드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 여론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단타에 익숙한 국내 투자자들이 존 리 대표만을 믿고 10년간 못 파는 펀드에 들어올 지가 가장 큰 의문점이다. 메리츠운용은 펀드 설정 후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도록 해 환금성을 높이겠다지만 통상 이런 펀드들은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 원하는 가격에 펀드를 팔 기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중소형 사인 메리츠운용이 특별히 베트남시장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것도 아니다. 현지사무소조차 운영하지 않는다. 10년이란 기간을 설정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이 시작할 시점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 10년 전인 2006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베트남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면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2’라는 폐쇄형 펀드를 설정해 자신있게 밀고 나갔지만 아무도 예상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이 펀드 수익률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7%대에 머물러 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시장에 대한 의구심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과거 한국의 1980년대와 비슷하다지만 그 속도는 한국에 비해 확연히 느리다. 1965년 15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시가총액은 10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1월 기준 1200조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일궜다. 50년 만에 8만배가 불어난 셈. 그러나 지난 2006년 10조원이던 베트남 증시는 10년 후인 현재 70조원으로 7배 증가에 그친다. 국내 증권사 중 베트남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베트남이 성장하는 시장인 건 맞지만 그 속도는 과거 우리에 비해 확실히 느린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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