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14일 밤(현지시간) 개표 결과, 마 총통이 51.6%를 득표, 45.6%를 얻은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을 누르고 재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3 후보로 주목받았던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주석의 득표는 2.8%에 그쳤다. 선거엔 1800만 명의 유권자 중 1350만여 명이 참가했다.
동시에 실시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집권 국민당이 압승했다. 지역구 79석 가운데 국민당이 48석, 민진당이 27석, 친민당이 1석을 각각 차지했고 무소속과 군소 정당이 나머지 3석을 가져갔다. 비례대표 34석은 정당득표비에 따라 배분된다.
◇ `親중국·경제중시` 노선 승리
이번 선거결과는 대만 유권자들이 `대만주권론` 같은 명분이나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적인 양안관계`라는 실리를 선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마 총통은 1981년 장징궈(蔣經國) 당시 총통의 영어통역 비서로 활동하며 정계에 입문, 40대에 법무정관과 타이베이 시장 등을 거쳤다. 2008년 총통선거에서 당선된 마 총통은 전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 달리 친(親)중국·경제 중시 노선을 펼쳐 대만 경제의 재도약을 추진해왔다.
2010년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국-대만간 FTA)을 체결한 것이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이를 기점으로 촉진된 양안 경제 교류로 2010년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4년 만의 최고치인 10.8%를 기록했고, 작년에도 4.6%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국민당은 중국 대륙에 진출한 대만 기업인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해 20만명이 대만으로 돌아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민진당의 잔다르크`로 불렸던 차이 후보는 "마 총통이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여 대만의 정체성을 훼손했고 경제 양극화도 심화됐다"며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등을 내세우며 맞섰으나 대권 도전에 실패했다. 차이 후보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 美도 바랐던 양안 안정..ECFA 더 확대될듯
마 총통의 승리로 양안간 경제 교류는 더욱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2008년 말 `통우(通郵, 우편왕래)·통항(通航)·통상(通商)의 `삼통(三通)`으로 양안 직접교류가 시작된 뒤 2010년 9월 ECFA가 발효되면서 `타이샹(臺商)`이라 불리는 중국내 대만 기업인은 현재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
ECFA로 중국이 대만에 개방하는 품목 규모는 2009년 기준으로 138억달러, 전체 대만제품 수입의 16%이며, 대만이 개방하는 품목 규모는 28억6000만달러로 전체 중국제품 수입의 10.5%다. 서비스 면에서 중국은 회계와 병원, 은행, 증권 등 11개 업종을 열었고 대만은 연구·개발과 전시, 은행 등 9개 업종을 개방했다.
상하이 한 외교 관계자는 "마 총통의 연임으로 중국과 대만은 추가 협상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FTA 단계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양안간 경제 장벽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 정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선거에는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미국의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대만 선거결과 발표 직후 "마 총통의 연임과 대만의 성공적 선거를 축하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백악관은 "양안의 평화와 안정, 관계개선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양측이 수 년간 지속해 온 인상적 협력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韓 기업, 우선순위 뒤처질라
산업적 실리로만 따져볼 때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제3의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마 총통의 연임이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라는 분석도 있다. 협력적 양안 관계가 지속 발전하면서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대(對) 중국 교역은 상대적으로 불리해 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국내 산업 가운데 대만과 경쟁이 치열한 정보기술(IT)과 화학 등 업종의 경우 현지 설비투자 및 무역조건 등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볼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하이에 주재하는 한 국내 금융기관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과의 교류가 확대되며 중국 내 다른 국가 은행들의 지점설립 승인이나 투자기관 적격외국인투자자(QFII) 인가 등의 진행 속도가 더뎌졌던 게 사실"이라며 "외국 기업들은 대만과 경합하는 분야에서 기존에 확보했던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