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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의 특허Talk] ‘OEM 제품’은 짝퉁?..OEM의 진실게임

김종호 기자I 2019.07.27 08:12:39

OEM은 100% 정품인데..''정식 OEM 제품'' 등 말장난
위조상품 등 신고는 산업재산침해신고센터로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정품은 아니지만 정식 OEM 제품입니다. 짝퉁과는 전혀 다릅니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라리가 소속 발렌시아CF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 선수의 유니폼을 사기 위해 지난주 인터넷을 찾다 발견한 한 제품의 판매자가 남긴 설명입니다.

여러분은 위 글을 어떻게 이해하셨나요? 정품은 아니지만 OEM 제품이니 가품(짝퉁)이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정식 OEM이므로 가품은 아니라는 의미일까요? 정품과 가품의 중간지대라도 있는 것일까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이란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을 말합니다. 즉, 사업자가 직접 만든 제품이 아닌 다른 생산자에게 의뢰해 만든 제품이란 뜻입니다. 여기서 사업자가 적법한 자격을 갖고 적법한 제품을 OEM 방식으로 주문하고 이를 받아 판매한다면 해당 사업자의 OEM 제품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정품이겠죠.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약 2년 전 프린터 사업을 휴렛팩커드(HP)에게 넘긴 삼성전자(005930)는 여전히 국내에서 잉크젯 프린터와 복합기 등을 삼성전자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HP를 통해 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삼성전자가 OEM 방식으로 내놓는 프린터는 100% 정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OEM 제품은 모두 정품일까요?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보통 중국산 OEM 제품에서 발생합니다.

우선 사업자가 다른 생산자에게 의뢰해 만든 OEM 제품이더라도 사업자가 적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보통 중국산 명품 가품이 이런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루이비통 가방을 교묘히 베낀 사업자가 중국 내 가품 공장에 의뢰해 찍어내는 식이죠. 분명히 OEM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정품은 아닌 셈이죠.

지난 18일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이 압수된 위조 ‘송중기 마스크팩’. 적발된 업자들은 OEM 계약이 끝난 뒤에도 제품을 판매해오다 덜미를 잡혔다. (사진=특허청)
또 적법한 사업자가 타 제품 특허를 침해하거나 계약이 만료된 제품을 생산해 유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특허청은 지난 18일 ‘송중기 마스크’ 200억원 어치를 만들어 판매하던 업자들을 적발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OEM 방식으로 국내 화장품 업체에 마스크를 납품하던 업체였습니다. OEM 계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마치 OEM 제품처럼 마스크를 만들어 팔아오다 적발된 것이죠.

OEM은 주문자가 별도의 생산시설 등을 갖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절감 측면에서 장점이 큽니다. 실제 식음료와 옷, 가전, 화장품 등 우리가 사는 제품의 상당수는 OEM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하지만 사업자가 직접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중간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가 사려고 했던 이강인 선수의 유니폼은 과연 정품일까요? 아니면 가품일까요?

판단은 쉽습니다. OEM은 정품입니다. 그런데 판매자가 ‘정품이 아닌 OEM’이라는 교묘한 말장난을 친다면 “이 제품은 짝퉁입니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위조상품 등 신고는 특허청 산업재산조사과 또는 산업재산침해신고센터 등에서 받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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