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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롯데에 뿔난 소상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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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 기자I 2015.11.14 07:33:00

"골목 상권에서 상생하던 과거 찾아볼 수 없어"
소상공인 5000명 모여 내달 2일 ''롯데 불매 시위'' 열것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20여년 전 까지만해도 신제품이 나오거나 제품이 들어올 때가 되면 영업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상품 진열도 바꿔주고, 아들에게 주라며 직접 과자 선물세트도 챙겨주고 정(情)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롯데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팔아 아들을 대학까지 보냈으니 그야말로 좋은 시절이었죠.”

서울 종로구에서 35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해 온 김형주(가명·64세)씨는 이처럼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말 슈퍼마켓의 간판을 떼고 ‘GS25 ○○점’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다. 김씨는 “예전과는 달리 제품이 들어와도 직접 정리를 해야하고 슈퍼마켓을 운영해서는 새로운 제품을 들이는 일도 쉽지않다”며 “아들 장가도 보냈겠다, 가게 정리하는 일도 예전 같지 않겠다, 손에 쥐는 돈이 조금 적어도 좀 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겠다 싶어 편의점을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세븐일레븐에서 다른 편의점보다 더 좋은 매출액 배분을 제시했지만 롯데가 운영하는 편의점이라는 생각에 얄미운 마음이 들어 GS25와 가맹 계약을 체결했다”며 “예전만 해도 롯데 제품을 팔아주는 입장이었는데 이젠 상황이 바뀐다고 생각하니 영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反)롯데 정서’와 ‘롯데 불매 운동’과 관련해서도 그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고, 롯데 제품을 팔지 않을 수도 없겠지만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쟁 분쟁 발생 이후 불거진 반 롯데 정서의 현주소다. 롯데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골목 상권의 반발을 산 지 오래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의 기자회견에서도 롯데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날 모인 20여개 소상공인 단체 단체장들은 롯데의 사업확장 뿐 아니라 면세점 특허권 연장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상징성을 위해 기자회견을 롯데 본사 앞에서 진행한 것이었는데 롯데는 경찰까지 동원해 기자회견을 방해했다”며 “상생을 하겠다 외치지만 실천에 나서지 않는 롯데의 불통을 확인할 수 있던 자리였다”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단체장들과의 회의를 거쳐 내달 2일부터 본격적으로 ‘롯데 불매 시위’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합회는 다음달 예정된 시위에 5000여명의 소상공인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양측으로 갈라져 갈등을 거듭해 온 소상공인연합회도 롯데에 대해서 만큼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호석 직능단체연합회 총회장은 “롯데의 이 건물은 소상공인들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지은 건물”이라며 “중소 자영업자가 하나가 돼 반드시 롯데와의 싸움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들이 이처럼 유독 롯데의 사업확장을 문제 삼는 것은 그간 롯데가 보여온 행보 때문이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여러 유통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에 진출하고 있지만 그 중 롯데가 가장 악랄하게 골목 상권에 진입하고 있다”며 “골목 슈퍼마켓과 가장 접점이 많았던 롯데가 골목 상권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롯데 시내 면세점 특허 연장을 반대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소상공인들이 ‘악랄하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롯데의 사업 확장 전반을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그동안의 불신 때문이다. 면세점 특허 연장 심사를 앞두고 ‘우는 아이 떡 주듯’ 생색만 내고 넘어가서는 이미 돌아선 소상공인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롯데는 그간 자신을 키워준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을 위한 진정한 소통과 상생경영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에 놓여있다.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의 기자회견. 사진 소상공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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