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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상가거리…“창업하려는 사람 아예 없어”
거리에는 실제 3~4명의 손님들만 제품 문의를 하고 있었을 뿐 손님보다 오히려 가게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이 더 많았다. 주방 물품을 알아보러 왔다는 한 손님은 “기존에 쓰던 냄비를 바꾸기 위해 왔다”며 “예전에 비하면 손님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황학동 주방·가구거리는 주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한 푼이라도 건져보고자 쓰던 물품을 중고로 판매하는 ‘땡처리 상점’들이 즐비한 곳이다. 최근 경기 악화로 음식점 신규창업자가 줄면서 중고물품 판매보다는 폐업에 따른 중고물품만 쌓여가는 상황이다.
이곳에서 10년째 주방용품을 팔았다는 박모씨는 “코로나 때는 국가에서 재난지원금을 주니 그래도 먹는 장사는 되는 편이었다”며 “최근에는 기존 단골고객 중에서 장사가 잘 되는 분들이 가게 확장관련 문의가 올 뿐, 새로 가게를 차리기 위해 황학동을 찾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출이 1년 전의 50%로 팍 줄었다”라며 “팔리지 않는 물건을 쌓아둘 공간이 없어서 오래돼 안 팔릴 것 같은 물건은 그냥 고물상에 넘기기까지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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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감소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자영업자는 572만 1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6만 2000명 가량 감소했다.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가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인 ‘나홀로 사장님’이 지난달 427만 3000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11만명 가량 급감했다.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4만 8000명 가량 증가해 144만 8000명이 된 것과 대조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나홀로 사장님이 고용원을 늘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최근 경기를 고려하면 폐업률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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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로 버티던 소상공인들은 높은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겨우 빚을 갚는 데 허덕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상공인 37.1%는 월평균 휴일이 7일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주일에 채 2일을 쉬지 못하고 가게를 여는 것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상공인이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이 대신 갚은 은행 빚만 1조22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1%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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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는 완전히 내수 경기로 먹고 사는데 우리나라 가계수지가 2년째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위축이 올 수밖에 없다”라며 “코로나 이전부터 5~6년째 이어진 경기 불황의 여파로 자영업자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자영업자 중에서도 취약한 상황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는 꾸릴 수 있도록 그 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