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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 이사는 우선 국내에 인턴 수련프로그램의 수립과 실행을 관리하거나 인증하는 기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각 병원, 각 과에서 제각기 다른 수련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원래의 인턴 수련과정의 목표와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열악한 인턴 교육 수련 환경도 지적됐다.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4주 평균 주 80시간 초과 근무한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52.0%로 절반이 넘었다. 이 중 80시간 초과 근무한 인턴은 75.4%에 달했다.
같은 해 대한전공의협의회 설문조사에선 ‘(서류·청소·커피배달 등) 인턴 업무와 전혀 상관 없는 업무를 요구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50.8%로 나타났다. 또 ‘입력 근무표와 실제 근무가 다르다’(46.2%), ‘당직이 아닌 날 당직근무를 했다’(27.8%)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에 박 이사는 인턴 핵심진료역량을 위해선 적절한 교육, 평가시스템, 피드백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잡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기존의 관행을 깨는 것”이라며 “실제 인턴 역량 수련교육이 이뤄지는지 감독관리, 제도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수련을 맡는 지도 전문의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강조했다.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관리 기관, 전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성수 인제대 일산백병원장도 “지도 전문의는 일주일에 외래를 2~3시간 밖에 못하게 하고 임금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연구, 진료를 전부 해내야 하는 이들이 수련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전공의들이 1·2·3차 병원에서 다양한 임상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현재 모·자협약 체결 수련병원간 파견수련, 통합수련제도 순환수련, 공동수련 시범사업 등 유사 제도가 이미 있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양질인 수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고든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율적 협약으로 이뤄지다보니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질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며 “(수련이 아닌) 인력 보충으로 되는 사례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책임기관이 수련체계를 구성해서 운영하고, 정부는 필요한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참여하는 의료기관간 차이, 환자군이나 중증도 차이를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하고 나아가선 진로와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에 대해 “전공의는 철저히 피교육생이란 신분이 명확해야 하고 정부가 그 교육비를 전적으로 대겠다는 약속이 돼야 한다”며 “(지원을 통해) 전문의가 병동에 상주하며 옆에서 전공의를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6대 4에서 5대 5로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배정 인원을 줄이면 남은 전공의 업무가 과중돼 역효과가 난다고 주장한 반면 지방의료기관에서는 수도권-지방 간 균등 인력 양성 입장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