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덱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변동성이 큰 거시경제 여건으로 인해 실적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난 6월에 제시했던 연간 실적 전망치를 철회했다. 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물동량 축소를 고려해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당초 계획보다 1주일이나 앞당겨 발표한 페덱스의 2023회계연도 1분기(6~8월) 매출은 232억달러로 월가 전망치 235억9000만달러를 밑돌았고, 주당순익(EPS)도 전망치인 5.14달러를 크게 밑도는 3.44달러에 그쳤다.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최고경영자(CEO)는 다음날인 16일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출연,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1분기 실적은 매우 실망스러웠고, 이는 우리가 직면해 있는 거시경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브라마니암 CEO는 “거시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페덱스의) 글로벌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특히 중국의 코로나 봉쇄조치가 풀리고 나면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이와 달리 6월 이후 매주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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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뉴욕 증시에서 거래된 페덱스 주가도 전날 하루 만에 무려 21.4%나 급락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주가 하락률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낙폭의 두 배가 넘는 37%대에 이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보고서에서 “페덱스가 미리 발표한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건 20여년 되는 분석 기간 중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항공과 철도, 육상 등 3개 부문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항공온송부문에서 페덱스의 수요는 크게 줄고 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 내 재고 수준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지난주 클라이브 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8월 항공운송 규모는 전년동월대비 5% 줄었다.
골드만삭스는 “페덱스 발표대로 라면, 육상운송보다는 항공특송부문에서 가장 큰 마진 하락이 나타날 것 같다”며 “물동량 감소가 곧바로 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현 추세대로 라면 어느 정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점쳤다.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화물항공기를 이용하는 특송인 페덱스 익스프레스 매출은 당초 시장 전망보다 5억달러에 적었다.
도이체방크는 “이처럼 매출이 5억달러 정도 줄었다면, 회사가 말한 비용 절감 노력 정도로는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처럼 놀랄 정도의 매출 감소가 나타난 것은 거시경제 영향도 있겠지만, 회사 경영상의 문제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당초 실적 부진을 점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클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며 “매출 감소폭이 워낙 큰 만큼 이는 일시적인 실적 악화로 볼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기간 중 폭발적으로 늘었던 수요가 줄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비용 상승압박도 추가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예 페덱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낮춰 버린 JP모건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작년보다 높은 수준인 연료 가격 등을 고려하면 주가에 할인요인이 생겼다고 본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회사가 지난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밝혔던 2025년까지의 중기 전망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