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 중 공공임대 거주 비중은 8% 정도다. 자가점유율은 58%, 민간임대는 34%다. 정부는 2025년 공공임대 비율 10%를 목표로 꾸준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제 신규 단지에서는 분양-공공임대 혼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수준이다. 사회적 갈등 없는 바람직한 소셜믹스(혼합)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후 소셜믹스는 분양-임대 혼합, 다양한 임대주택 유형별 혼합을 위주로 적용됐다. 여기에는 물리적 환경이 혼합되면 사회적 통합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었다. 실제로 SH도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임대전용단지보다 혼합단지 공공임대 거주자의 입주 만족도 및 사회적 관계 만족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합단지내 사회적 갈등과 배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소셜믹스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첫째 공공임대 입주대상이 저소득층으로 제한돼 있어서 저소득층이 집단화라는 부정적 시선이 있다는 점이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공공임대에 거주할 수 있다면 사회적 배제나 분리 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공공임대 면적이 소형으로만 구성된 점도 분양과 혼합에 제약요인이다. 분양단지의 최소면적은 65㎡ 이상인 반면 공공임대는 20∼40㎡ 소형주택 비중이 높다. 규모가 다른 주택은 동내 혼합이 어려워 분양과 임대 동을 분리하는 방식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셋째 외관, 마감재 등을 달리하거나, 구획을 나누는 것도 소셜믹스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SH가 공급하는 혼합단지는 이런 경우가 없지만 민간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단지내의 공공임대는 외형의 차별화가 빈번하다.
넷째 혼합단지 관리에 관한 법규도 미비하다. 분양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는 공공주택관리법으로 지위를 보장받지만 공공임대의 임차인대표회의는 임의 단체에 불과하다. 이 같은 차이로 인해 입주자·임차인대표회의간 의결권, 관리비 및 잡수입 처리, 부대복리시설 등의 관리 운영과 비용분담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근본적으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공공임대에 입주할 수 있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공임대 입주대상을 기본적으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하는 ‘잔여적’ 모델을 취하고 있다. 공공임대 재고가 8%에 불과한 현 상황에서 필요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먼저 배분해주려면 입주대상 확대는 단기간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북유럽 복지 선진국은 무주택 국민 대부분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정책으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 노력해왔다. 네덜란드는 공공임대 비율이 32%, 덴마크는 21%에 이른다. 공공임대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누구나 공공임대에 살 수 있기 때문에 공공임대 거주가 낙인이 되지 않는다.
차선으로는 같은 동과 층에 분양-임대를 혼합해 어느 동·호가 임대인지 구분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량판구조 등을 적용하면 다양한 면적을 혼합할 수 있다. 다만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재정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외관상 구분되는 디자인, 마감재 차별화도 없애야 한다.
다음은 혼합단지 관리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이다. 혼합단지의 잡수입처리나 부대복리시설 등의 관리 운영에 관해 임차인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소셜믹스는 임대주택 거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사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좋은 삶의 기회가 될 수 있으려면 혼합단지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미비한 것부터 바꾸는 것이 순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