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키워온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는 자신이 모셔온 왕에 대한 신념을 꺾어야 한다. 애통함과 비탄에 가득 차 절절하게 부르는 노래에 객석은 이내 눈물바다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소중해진 지금, 평범한 아버지의 애틋한 부성애가 전하는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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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조선시대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할 당시 강원도 영월로 귀양 가는 단종을 호송하고 이후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는 임무까지 맡았던 의금부도사 왕방연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역사 속에서 맡은 일이 매우 무거웠던 인물이지만 ‘숙종실록’에 한 차례 이름이 등장할 뿐 별다른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왕방연에 대한 기록은 왜 역사 속에서 지워진 것일까. ‘아비. 방연’의 극본을 쓴 한아름 작가는 이러한 궁금증에 ‘왕방연은 하나뿐인 딸을 홀로 키워온 평범한 아버지’라는 상상력을 가미한다. 딸의 행복을 바랐던 평범한 아버지가 계유정난과 단종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비극에 휘말리면서 겪는 비극을 탄생시켰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왕방연은 권력이 만들어낸 선택의 기로에 여러 차례 선다. 결혼을 앞둔 딸을 지키기 위해 단종을 호송해야 하고, 딸을 다시 살리기 위해 단종에게 사약을 내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이야기지만 관객은 왕방연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우리도 늘 뜻하지 않은 선택과 마주할 때가 있음을 왕방연의 모습이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리면서 감동이 배가되는 부분도 있다. 왕방연과 딸 소사가 보여주는 애틋한 부녀 관계가 그렇다. 비극 앞에서 더 절절한 부녀의 모습은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고 있는 지금 주변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주역들의 열연이 빛난다. 초연 당시 왕방연과 딸 소사 역을 맡았던 국립창극단 단원 최호성과 객원 소리꾼 박지현이 이번에도 부녀로 다시 호흡을 함께 한다. 5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더 원숙해진 두 사람의 연기와 소리가 100분 남짓한 공연 내내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최호성은 공연 개막 전 전화 인터뷰에서 “공연을 준비하며 ‘사람은 살면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줘야 한다’는 말을 봤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며 “관객들도 공연을 보며 부모님 생각, 특히 아버지 생각을 하며 집에 가는 길 전화 한 통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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