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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 이후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며 심화한 매물 잠김에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급등한 것이다. 게다가 올 하반기 신규 공급 물량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라면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시장 불안정이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서운 전셋값 상승세…“입주물량 들어가기도 힘들어”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 4월 14일 6억760만원(15층)에 거래됐으나 6·17 대책 이후인 지난달 25일 10억5000만원(12층)에 팔렸다. 두 달 새 4억원이 넘게 치솟은 것이다. 이 면적형의 호가는 현재 12억원까지 올랐다.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린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아파트 전셋값도 강세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고덕강일 4단지의 전용 84㎡ 전셋값은 4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이 면적형은 지난 4월에만 하더라도 4억원 미만에 거래가 이뤄졌다. 강일동 A중개업소 대표는 “6·17 대책 이후 양도세 비과세를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거주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전세물량이 거진 사라졌다”면서 “예년과는 상황이 달라져 인근 시세보다 가격이 2000~3000만원 높기도 하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는 53주 연속 상승 기록을 쓰며 지난주 0.08%에서 0.10%로 상승폭이 커졌다. 서초구(0.20%), 송파구(0.16%), 강남구(0.14%), 강동구(0.17%) 등 강남4구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마포구(0.17%), 강북구(0.14%), 용산구(0.11%), 도봉구(0.09%) 등도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김진광 감정원 주택통계부 과장은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토지거래제 영향으로 매물을 아예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서울 외곽은 물론 경기 하남 지역까지 전셋값 상승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다. 하남은 지난주 전세가 상승률이 0.90%를 기록, 전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미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일대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매매가가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매매·전세 가리지 않고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임대주택 비율 확대 등 공급 늘려야”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임대차 3법 개정안 △2년 실거주 의무 등 재건축 규제 강화 △세금 및 대출규제 등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대책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의 전세 급등세는 저금리 기조에 따라 월세로 전환하다 보니 총량이 줄어드는 문제와 함께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구성된 임대차3법의 단기적 가격 상승요인이 작용했다”면서 “청약시장 및 재건축과 관련해 거주의무기간이 늘면서 도심 내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요인, 여기에 세금과 관련된 이슈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나 서울시 차원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할 시기”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상승전망은 앞으로도 뚜렷해 가을 성수기가 이사철이면 전세 호가가 넘쳐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난 이후에 매물 부족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무주택자에게는 매매가 가능하게 예외조항을 만들 필요가 했다”고 제언했다.
아파트 공급 자체도 부족하다. 서울시의 ‘주택 수급 등 주요 현안사항’에 따르면 2020년 아파트 준공 물량은 4만1000가구로, 2019년 4만5000가구 대비 4000가구가 감소한 수치다. 공급 물량을 강남4구로 좁혀 살펴보면 올해 7월 입주물량은 50가구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강남4구 입주물량 월간 추이에 따르면 이달 입주물량은 서초구에 공급되는 42가구 뿐이다. 8월 공급은 강남4구 모두 합쳐 1000가구에 그친다. 감정원 측은 “7~12월만 따지면 전년 대비 1만 가구 정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