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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자라 대도시 대학교를 나와 중국 수도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가족들이 보기엔 성공한 여성 중 하나다. 그런데 혼기가 찼는데도 결혼하지 못한 그녀를 두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에 그녀가 고향에 올 때마다 부모는 물론 온 가족이 혼기가 찬 남자들을 물색하며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곤 한다. A씨는 지난해 명절에 고향에 갔을 때도 4명의 남자를 만나야만 했다.
A씨는 “이미 주변 친구들은 다 결혼해서 집에선 혼기가 늦었다고 보는 것 같다. 중국 지방에서는 소개받은 후 서로 적당히 마음에 들면 당장 결혼 날짜를 잡는 경우도 많다. 당장 이번 연휴에 고향에 갔다가 결혼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A씨의 하소연을 들을 때만 해도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27일 중국 현지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춘절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간 남성B씨가 한 여성 C씨와 곧장 약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고향에 내려가기 전 C씨를 소개받고 휴대폰 채팅과 통화를 통해 친분을 쌓았다. C씨는 B씨보다 3살 연상이었지만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B씨가 고향인 안후이성 푸양으로 내려갔을 때 두 사람은 만나게 됐고 서로 호감을 느껴 지난 25일 곧장 약혼 채비를 마쳤다. C씨는 “B씨는 키가 크고 잘생겼고 세심했다”며 만난 기간이 상관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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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사례가 극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현지 네티즌들은 전한다. 중국은 직장과 고향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춘절이나 국경절 연휴 등 일주일 이상 긴 연휴 때나 찾아갈 수 있다. 이에 연휴를 맞아 아예 만남부터 결혼까지 해야 하는 상황도 있는 것이다.
한 바이두 사용자는 “10년 전쯤 7월에 상하이에 살고 있는 여성을 소개받아 휴가를 내 잠깐 만났었고 이후 10월 국경절 연휴 때 상대방 부모님을 만나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 이것 때문에 긴 연휴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바이두 사용자도 “춘절 연휴 때 만나 결혼을 하면 8일만에 혼인신고도 마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씨와 C씨 커플처럼 행복하게 인연을 맺고 곧바로 결혼을 준비하는 사례도 있지만 중국 곳곳에서는 결혼을 두고 부모들과 자녀들간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기도 하다. 경제 사회 구조가 변화하면서 점점 결혼을 미루는 젊은층과 예전 세대들의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출산율 저하 등에 따른 인구 감소 위기를 겪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총인구는 전년대비 139만명 줄어든 14억828만명으로 3년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출생아수는 954만명으로 전년대비 52만명 늘었지만 3년째 1000만명을 밑돌았다. 출생아수가 늘어난 것도 지난해가 청룡의 해였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는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 젊은층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매체 중화망은 최근 한 칼럼을 통해 “전통적인 결혼의 개념이 현대 사회의 일부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의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결혼할 때 좋은 점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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