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8일(현지시간) 최저임금 인상안의 영향 보고서를 통해 “고용주들은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며 이처럼 추정했다. CBO가 오는 2025년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가정해 분석해보니, 그해 140만개의 고용이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CBO는 초당적인 조직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1조9000억달러(약 2129조9000억원) 경기 부양책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안은 2025년까지 현재 7.25달러의 두 배가 넘는 15달러까지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리자는 게 골자다. 미국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지금까지 7.25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CBO는 “높은 임금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고용주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고용주는 비용 부담 중 일부를 높은 판매가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용주는 결과적으로 더 적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것”이라며 “결국 모든 임금 레벨마다 고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CBO는 특히 “일자리를 잃은 140만명 중 절반 정도는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할 것”이라고 전했다. 젊고 교육을 덜 받은 계층(young, less educated people)이 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CBO의 견해다. ‘소비 국가’ 미국에서 일자리의 중요성은 크다. 미국 실물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사상 최악의 실업난 탓이다.
고용 감소는 경제 체력 전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CBO는 “일자리가 줄어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뜻이다. 미국 GDP의 70% 수준까지 추격한 중국에게 세계 최대 경제국 지위를 위협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BO는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출 증가로 인해 올해부터 10년간 미국 연방정부의 누적 적자가 540억달러(약 60조5000억원)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독보적인 기축통화국임에도 팬데믹 이후 잇단 부양책으로 재정적자 화두가 부쩍 자주 등장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변수까지 더해질 경우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CBO가 이번 법안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약 1700만명의 임금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노동자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빈곤층에서 벗어나는 국민은 90만명 가량일 것으로 CBO는 예상했다.
또 현재 15달러 수준의 시간당 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 1000만 명 정도는 최저임금 인상시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