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집에만 있으면서 시집을 차분히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안주철 시인)
코로나19 시기를 누구보다 힘들게 겪어내고 있는 두 시인이 쓴 시집이 각각 출간됐다. 김해자 시인의 ‘해피랜드’와 안주철 시인의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시집은 아시아 출판사가 2017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한영대역 시선집 시리즈의 열다섯, 열여섯번째 시집이다. 두 시인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힘든 시기를 싸우며 쓴 시에 대해 밝혔다.
지난해부터 암 투병을 하고 있는 김해자 시인은 코로나 시기를 ‘생체험’했다고 표현했다. 시인의 경험은 시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김 시인은 ‘자기공명’이라는 시를 꼽았다. 김 시인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기 위해 기계 속에 들어갔는데 뚜껑까지 닫힌 게 관속에 들어가는 고통스러운 느낌을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리는데 이게 마치 세계가 내지르는 소리 같았다”고 시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 시인은 고통과 싸우면서도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시인은 이웃과 자연이 준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담아 희망을 잃지 않고자 했다. 몸이 아픈 와중에도 아시아의 가난한 아이들을 공감하고 알리고자 했다. 김 시인은 “이 아름다운 세계가 망가져 가는 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느냐”며 “그 이면의 행복함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라는 것도 사람들이 비극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피랜드’의 해설을 쓴 노지연 평론가도 이날 간담회에서 “김해자 선생님의 시집을 독자로서 먼저 읽는 체험을 했다”며 “코로나19를 생체험으로 앓고 있는 이야기를 너무 아프게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픔이라는 것이 자기 고통으로 끝나기 쉬운데, 새 인류의 출현을 얘기하는 신호가 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는 지난 7월 시집을 낸 안주철 시인이 3개월만에 또 낸 시집이다. 문단에서 유례없이 짧은 시차를 두고 시집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일상에 금이 갔기 때문”이라고 안 시인은 설명했다. 안 시인은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그동안 한 번도 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살아 있다면 누구나 감각을 통해 행복, 슬픔, 괴로움을 느끼기는데, 그런 걸 통해 자기 자신이 살아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며 시 속에 이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집 제목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에 대해서는 “느낌은 살아 있는 사람만이 가지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모르지만 느낌을 계속 받고 있다면 생은 살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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