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와 협상, 대주주 및 노조와의 합의, 비협약 채권단과 협상`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금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꼽은 세가지 현안이다.
민 회장은 지난 6일 산행을 겸한 신년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민 회장은 특히 금호 대주주(오너)들의 `모럴 해저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주주의 비협조가 가져오게 될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
◇ 대우건설 FI와 협상 기존 입장 고수.."조만간 설득"
대우건설 FI와 협상은 주당 지분매각 가격과 이자 처리 문제로 충돌을 빚고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 39.6%를 주당 1만8000원에 매입하되 나머지 풋백옵션 채무는 원금과 이자로 구분해 차등 대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FI들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일반 금융기관 채권과 동등하게 대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17개 FI들은 금호산업 경영 정상화에는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지분매입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국계펀드의 경우 기관투자가(LP)로부터 자금을 받아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구조를 갖고있어 만일 산은이 제시한 1만8000원에 합의할 경우 펀드에 막대한 손실을 입게되고, LP들로부터 피소 당할 수 있어 차라리 금호산업이 법정관리로 가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회장은 "해당 펀드의 경우 구조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금호산업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투자자들과의 법적 분쟁은 피할 수 있겠지만 투자자들의 재산 손실은 여전한 만큼 끊임없이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자에 대한 FI들의 요구 역시 금호산업의 기존 채권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때 FI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존 채권자들은 이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FI만 원금과 이자를 모두 보장해주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FI들 전원이 합의해야만 워크아웃이 원만히 수행된다"며 "FI들이 조만간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건설 주당 매각가에 합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금호家 불협화음에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민 회장은 금호그룹은 물론 협력업체(상거래채권자)들의 도산을 막아야만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주주 및 노조가 산은에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 시점에서 금호산업과 협력업체들을 살리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찬구 전 회장 뿐 아니라 다른 대주주 일가들은 각자의 지분 문제 등 입장 차이로 사재 출연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 또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증권사에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박찬구 전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 등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 일부가 반대매매되면서 보유 지분율이 줄어들기도 했다.
만일 대주주 및 노조의 합의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단의 신규 자금 투입도 이뤄지지 못해 원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공장이 문을 닫고 협력업체들도 줄도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 회장은 "금호 일가가 채권단에 하루빨리 보유 지분을 넘겼더라면 지분 축소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주주 일가들끼리 내부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노조측도 산은이 제시하는 안에 사인(sign)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대우건설 FI와 대주주 및 노조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협력업체(상거래채권자)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금호산업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협력업체들이 지급받야할 대금이 수년 후로 미뤄지게 되고, 결국 줄도산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 회장는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은 결국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금호산업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한 비협약채권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곧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 회장은 "가능하면 이달말까지 이 세가지 문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다음달 안에 구체적 사항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회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