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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학대 피해 훈련병 4명은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전후 상황에 대해 발언했다.
훈련병 A씨는 “취침 점호 이후 ‘얼마 안 남았으니까 힘내자’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때 부중대장이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들고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러면서 ‘취침시간인데 왜 떠드냐. 군기위반을 했다. 내일 기대해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부중대장이 완전군장을 하라고 하며 군장의 빈 공간은 책으로 채우게 했다. 책은 40권이 넘게 들어갔다”며 “체감상 무게는 30~40㎏ 정도가 됐던 것 같고, 군기훈련 과정에서 훈련병의 건강상태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 보행을 지시했고, 이후 나타난 중대장이 뜀걸음과 팔굽혀펴기를 지시했다”며 “군장에서 책이 떨어지면서 넘어진 훈련병에게는 ‘하루 종일 뛰어라’라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숨진 훈련병에 대해 “당시 응급처치 등 대처가 빨랐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의 형사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
또 다른 훈련병 B 씨 또한 “최초 군기훈련은 부중대장이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를 걷도록 지시했다”며 “이후 나타난 중대장이 뜀걸음과 팔굽혀펴기를 지시했다. 훈련 중 물을 제공받거나 휴식시간을 부여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지시했을 때가 더욱 강압적인 분위기로 느껴졌다”며 “군기훈련 중 숨진 훈련병이 쓰러졌을 때 ‘엄살 부리지 말라’, ‘너 때문에 다른 애들 다 힘들어하는 거 안 보여’라며 욕을 하며 계속 혼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병원에서 PTSD 진단을 받았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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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 측은 완전군장 결속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남씨 측은 연병장 2바퀴 걷기 외에 군기훈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데 초점을 두는 등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강씨 등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음으로써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사건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강씨 등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내달 13일 오후 3시 세 번째 공판을 열고 이날 출석하지 못한 나머지 학대 피해 훈련병 1명 등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