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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서 PNH 신약 3종 추가 예고...삼성바이오에피스 '에피스클리' 시장성 빨간불

김진호 기자I 2024.07.15 07:49:22

EMA, 지난 상반기 PNH 신약 3종 허가 권고
''파브할타·보이데야·피아스카이''가 주인공
정맥주사 방식 솔리리스 시장 위축 불가피
관련 시밀러 ''에피스클리''도 타격 예상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유럽 연합(EU) 내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솔리리스’ 가 주도해 온 PNH 시장에 진입할 신약 3종이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올초부터 차례로 허가 권고 의견을 받으면서다. 스위스 노바티스의 ‘파브할타’와 AZ의 ‘보이데야’ 등 경구제와 함께 스위스 로슈가 개발한 월1회 피하주사제 ‘피아스카이’ 등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를 통해 EU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신약들의 공세가 더해져 솔리리스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경우 에피스클리의 미래 성장성도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솔리리스’에 맞설 신약 3총사(파브할타, 보이데야, 피아스카이)가 연내 유럽연합(EU)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제공=게티이미지, 각 사)
PNH는 적혈구 파괴, 빈혈, 혈전 및 손상된 골수 기능(충분한 혈액을 만들지 못함) 등의 원인으로 피가 섞인 소변을 배출하는 희귀질환이다. 면역시스템에 관여하는 ‘보체인자’라는 단백질 관련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과활성화될 경우, 자가 조혈모세포를 파괴하면서 PNH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보체인자 저해 기전을 가진 약물이 다양하게 개발돼 왔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파브할타(성분명 입타코판)와 보이데야(성분명 다니코판), 피아스카이(성분명 크로발리맙) 등이 연내 EU에서 PNH 분야 신약으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3월 EMA가 파브할타와 보이데야 등에 대해 PNH 치료 적응증으로 허가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EMA 측이 피아스카이의 관련 적응증 획득 건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허가 권고후 수개월 내에 긍정적인 결론이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3종의 PNH 신약이 EU에서 연내 출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브할타는 보체인자B 억제 기전을 가졌으며,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이미 PNH 적응증으로 승인됐다. 보이데야는 최초의 D인자 저해제로 지난 1월 일본에서 첫 승인된 다음, 미국(4월)과 한국(7월)에서도 차례로 허가됐다. 반면 피아스카이는 보체인자5(C5) 타깃 항체 신약이며, 지난달 미국에서 처음 승인됐다. 이런 신약들의 글로벌 무대 진입 절차가 속속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PNH 치료제 시장은 AZ의 C5 억제제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와 그 후속작 ‘울토미리스’(라불리주맙) 등 2종이 시장을 쌍끌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솔리리스 매출은 37억6200만 달러(당시 약 4조8680억원), 울토미리스의 매출은 19억 6500만 달러(한화 약 2조 5420억원)를 기록했다.

여기에 AZ는 알렉시온을 인수하면서 보이데야까지 라인업을 추가한 상태다. 다만 솔리리스의 EU 내 특허가 2020년 만료됐고, 한국과 미국에서도 각각 2025년과 2027년에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EU 내 PNH 시장에서는 올하반기부터 솔리리스와 그 바이오시밀러, 울토미리스, 파브할타, 보이데야, 피아스카이 등이 시장에서 쓰이게 될 전망이다. 이중 솔리리스나 울토미리스의 추가 요법 적응증으로 성인된 보이데야를 제외하면, 나머지 약물들이 일선에서 경쟁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50개국 이상에서 표준치료제로 군림하고 있는 솔리리스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솔리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반면 울토미리스의 매출은 같은 기간 42%가량 상승했다. 솔리리스는 2주에 1번, 울토미리스는 8주에 1번 정맥주사하는 약물이다.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등장에 대비하기 위해 울토미리스로 세대교체하는 전략이 통한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7월 독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지에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프로젝트명 SB12)를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에피스클리의 직접판매(직판)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경구제나 신규 제형의 주사제 등장 등 위협적인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시장 변화가 어떻게 이뤄질지 속단하기 어렵다”며 “솔리리스 시장 내에서 에피스클리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에피스클리 이외에도 암젠의 ‘베켐브’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로 EU에서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바이오시밀러들이 유럽 내 솔리리스 매출을 얼마나 가져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솔리리스의 매출을 지역별로 보면 미국이 21억8000만 달러로 전체의 57%, EU(8억500만 달러) 21% 수준이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암젠은 미국에서 솔리리스 바이오비밀러의 남은 특허에 대해 AZ와 합의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요 특허가 만료되는 2027년 이전에 베켐브는 미국에서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원개발사와 이런 특허 관련 합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PNH가 희귀질환인데 미국에서 이와 관련해 일부 특허권이 남아 있다. 미국에 우리가 언제 진출할지는 여러 변수가 있어 가늠하기 어렵다”고 운을 똈다. 이어 “EU 내 주요국을 중심으로 에피스클리의 출시국을 늘리고 있고, 해당 지역에서 베켐브도 등장해 경쟁하고 있다”며 “EU에서 에피스클리가 베켐브보다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가장 큰 미국 시장에 특허 문제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솔리리스 시밀러의 최대 격전지는 2027년 이전까진 EU다”며 “신약과 후속 약물의 선전으로 솔리리스의 매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 성분인 에쿨리주맙 시장 역시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에피스클리가 2023년~2024년 사이 EU 시장 진입 초기 2년 동안 얼마나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는지가 앞으로의 성장세를 예측할 가늠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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