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년만에 또 던진 디자인 화두 '공존의 미래'[르포]

김정남 기자I 2024.04.16 07:00:50

삼성전자 '밀라노 디자인위크' 전시관 르포
'밀라노선언' 했던 곳서 20년만에 새 화두
2030 미래 디자인 지향점 '본질·혁신·조화'
노태문 "AI 대전환기 맞아 디자인 더 진화"

[밀라노(이탈리아)=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는 ‘삼성 디자인’의 본류와 같은 곳이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지난 2005년 주요 사장단을 모아 놓고 “제2의 디자인 혁명이 필요하다”며 ‘디자인선언’을 한 곳이 밀라노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당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순간은 평균 0.6초”라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삼성 디자인을 정의하는 주요 화두다. 2005년 디자인선언 직후 나온 보르도TV, 햅틱폰 등은 감성 경영의 DNA의 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005930)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디자인 경영이 큰 몫을 차지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이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밀라노서 또 던진 화두 ‘공존의 미래’

그런 삼성전자가 또 다른 디자인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산업계를 둘러싼 모든 게 급변하고 있어서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은 “삶의 전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대전환을 불러온 AI 시대를 맞아 디자인 또한 이에 맞게 진화시켜 가겠다”고 할 정도다. 삼성전자가 그리는 디자인의 미래는 무엇일까. 기자는 삼성전자가 16~21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4’에 앞서 15일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 부지의 레카발레리제(Le Cavallerizze)에서 국내외 언론에 공개한 전시관을 살펴봤다.

삼성전자가 2005년 디자인 선언 이후 햇수로 20년 만에 같은 장소인 밀라노에서 던진 화두는 ‘공존의 미래’(Newfound Equilibrium)였다. 이 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심하게 훼손돼 과거 수도원이었던 모습을 잃어버렸다가 역사적인 맥락과 현대적인 디자인의 공존을 위한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 곳이다. 과거와 현대의 건축미가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런 역사적인 공간에서 사람과 기술의 공존이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노태문 사장은 “밀라노는 전 세계 디자인과 라이프 스타일 철학이 모이는 곳”이라며 “이번에 (제품이 아닌) 디자인으로는 첫 소통으로 ‘2030 디자인’의 방향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기술 혁신과 동반됐을 때 의미있는 혁신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전시에서 제시한 디자인 지향점은 본질(Essential), 혁신(Innovative), 조화(Harmonious)다. 전시 공간은 크게 다섯 곳으로 구성돼 있었다. ‘본질’을 나타낸 첫 번째 공간은 5개의 반투명 큐브 속에서 우주를 유영하듯 움직이는 빛들로 본질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듯했다. 홍유진 디자인경영센터 UX팀장(부사장)은 “본질은 불필요한 수식과 군더더기는 덜어내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만 제공하자는 지향점”이라고 했다. AI 기능과 대화면 디스플레이 UX를 통해 더욱 직관적인 사용성을 구현한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 ‘혁신’ 공간은 디스플레이와 센서를 통해 관객들의 작동에 따라 스크린에 새로운 형상이 나타나 사람과 기술의 교감을 표현했다. 세 번째 ‘조화’ 공간에서는 창문형 미디어 스크린 너머를 보면서, 가상과 현실이 서서히 결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 번째 공간에서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한히 펼쳐지는 긍정의 미래를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 아트”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실시한 전시회의 네 번째 공간에서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무한히 펼쳐지는 긍정의 미래를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 아트”라고 했다. (사진=김정남 기자)


◇AI 시대 지향점은 ‘본질·혁신·조화’

밀라노는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밀라노 연구소는 컬러와 소재 연구를 집중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특히 ‘CMF’(Color·Material·Finishing)로 압축되는 소재 디자인은 제품의 감성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를 더하기 위해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최적화한 컬러와 소재로 구현하는 것이다.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시장, 신소재 등의 조사를 기반으로 제품 디자인에 요구되는 CMF 전략을 수립하고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드는 역할이다. 독창적인 시각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CMF 디자인은 제품의 주요 콘셉트부터 생산까지 프로세스 전반에 연관한다고 한다. 아울러 AI의 등장으로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은 AI를 담은 무엇을 만들지, AI와 함께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기술 발굴에 힘쓸 계획이다.

펠릭스 헤크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신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기존 생각에 도전하고 혁신 포인트를 찾고 있다”며 “다양한 제품을 통해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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