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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곰앤컴퍼니 본사에서 만난 이병기(50) 대표는 서울시로부터 ‘2017 서울형 강소기업’에 선정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1999년 창립한 곰앤컴퍼니는 동영상 재생기인 ‘곰플레이어’와 인터넷TV인 ‘곰TV’를 비롯해 지상파 콘텐츠 3사와 공동으로 론칭한 한류 통합 플랫폼 ‘코코와’ 등을 운영 중인 대한민국 대표 미디어 전문기업이다.
곰앤컴퍼니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알려져 있다. 곰플레이어는 글로벌 주요 다운로드 사이트인 소프토닉(Softonic), 파인드마이소프트(Findmysoft), 파일힙포(Filehippo) 등을 통해 전 세계 25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탐인디어(Tamindir·터키), 잘란띠꾸스(Jalantikus·인도네시아), 타이웨어(Thaiware·태국) 등 동남아와 터키 자국의 대표 소프트웨어 사이트에서는 해당 분야 다운로드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메이저 PC방 사업자인 ‘넷카페’에 신규 입점해 50% 이상의 매장에서 월간 500만 이상의 일본 고객이 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좋은 기업, 나쁜 기업을 나누는 기준은 결국 ‘경영자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중소기업은 ‘한정된 자원자원으로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저희는 ‘페어(Fair·공정)한 프로세스’에 기업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공정한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최근 게임업계에서 논란이 된 크런치모드(Crunch Mode·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영양 섭취·위생·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를 예로 들었다. 그는 “회사 사장이야 일을 더 시키는 것은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그게 정당한지는 다른 문제”라며 “논란이 된 업체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는 일 양 자체를 엄청나게 주는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이를 조정하려는 경영자의 의지 부족은 경직된 기업문화로 정착되고 이내 점점 기형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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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앤컴퍼니 역시 야근이 있을 수밖에 없는 IT(정보기술) 업체다. 자리 잡기까지 적지 않은 야근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곰앤컴퍼니는 생존 이후에 대한 생각을 비교적 빠르게 한 편이다. 이 대표는 “생존을 했다면 ‘어떻게 성장할 거냐’를 고민할 시기가 온다”며 “우리는 수익을 비정규직의 숫자를 줄이고 직원들을 위한 복지를 향상하는데 소홀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야근론’은 어떨까. 그는 “옆에 선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근을 하지 않으면 그게 곧 ‘나쁜 야근’”이라며 “저녁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인 곰앤컴퍼니의 수치적 복리후생은 대기업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율적 분위기 하나만큼 자랑할만 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인 직원 마유미(34)씨다. 3살 아이가 있는 ‘워킹맘’인 그녀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3시간 일찍 퇴근한다. 대다수 중소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 대표는 “작은 기업이기 때문에 직원 개별 배려에 더 힘썼다”고 말했다.
곰앤컴퍼니가 아무리 중소기업 중에 괜찮은 곳이라 해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이들을 막기는 쉽지 않다. 이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업문화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유연함과 소통문화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