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지막 무동' 김천흥 자료집 발간…악기·춤 대본 엮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악·처용무 보유자인 고(故) 김천흥(1909~2007)의 유족에게 기증받은 자료를 정리한 ‘무형유산 기증자료집’이 발간됐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국가무형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노력해온 전승자들로부터 무형유산 자료를 기증받아 매년 기증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다. 이번 자료집은 국립무형유산원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누리집에 게재할 예정이다.

무형유산 기증자료집(사진=문화재청).

우리나라 무형유산 발굴과 전승에 지대한 공헌을 한 김천흥의 무악(舞樂) 인생은 1922년 이왕직아악부(국립국악원의 전신) 아악부원양성소에 입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곳에서 김천흥은 해금과 양금을 전공과 부전공으로 수련했다. 궁중정재를 전수받아 조선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50세 탄신 경축 연회에 무동(舞童, 조선 시대 나라 잔치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으로 참여했다.

김천흥은 어린 시절 전수받은 궁중정재 외에도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궁중정재를 복원·재현하여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승무와 살풀이춤 등의 민속무용도 두루 섭렵했다. 전국 각 지역 탈춤을 발굴해 연구·조사하고 직접 공연에도 참여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작품 창작에도 관심이 많아 창작무용극도 여러 편 무대에 올렸다.

이번 기증자료집에는 1920~30년대 이왕직아악부 시절 사진을 비롯해 해금과 양금 등 김천흥이 직접 사용했던 악기, 춤 동작을 그림으로 작성한 친필 무보(舞譜), 공연 때 입었던 복식 등 우리 음악과 춤에 헌신한 김천흥의 삶을 보여주는 자료 1186건을 실었다.

특히 해금은 아악부원양성소 시절부터 전공으로 삼아 종묘제례악에서 해금 보유자로 활동했던 김천흥의 음악 인생을 보여주는 악기로 의미가 깊다. 김천흥이 직접 대본을 쓰고 안무를 구성해 1959년에 초연한 ‘처용랑’의 대본과 홍보물, 공연사진들은 기존과 다른 무용극을 새롭게 보여주고자 했던 김천흥의 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김천흥의 ‘처용탈’(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