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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팬덤과 당 지도부 및 친명(親이재명)계의 일체화가 잦아졌다는 평가입니다. ‘팬덤의 요청→ 친명계의 공개 발언 → 팬덤의 청원 → 친명계의 화답’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반복되고 있는 것인데요. 최근 한 달 사이에만 대의원제 폐지와 상임위원장 논란으로 당내 갈등이 빚어졌죠.
최근 이 대표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해 민주당 게시판에는 대의원제 폐지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대의원제가 폐지되면 강성 팬덤으로 대표되는 권리당원의 힘이 더 세지기 때문에 차기 공천 등에서 친명계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딸’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대표 역시 당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대표적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연일 대의원제 폐지에 목소리를 함께 높였는데요. 지난 26일 최고위에선 “대의원을 지배하는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당 혁신의 시작이고 핵심이다. 당 대표도 한 표, 국회의원도 한 표, 대의원도 한 표, 권리당원도 한 표”라며 대의원제 폐지를 촉구하며 강성 팬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습니다. 김용민·민형배 의원도 당내 11개 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원제 폐지를 요청하는 등 지원사격에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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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강성 팬덤은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민주당 의원실을 돌며 ‘대의원제 개정과 전당원 투표’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롤케이크를 들고 온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의원들에게 ‘단일대오’를 요구하며 떡을 돌린 이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때 아닌 상임위원장 내홍에서도 일체화는 이어졌습니다. 일각에서 ‘쇄신’에 걸맞은 혁신을 위해 전·현직 지도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사람이 국회 상임위원장까지 차지하는 건 과욕이라고 지적하며 내분이 벌어졌죠. 특히 정 최고위원을 행정안전위원장 거취를 두고 갈등은 격화하는 상황입니다. 정 최고위원은 “행안위원장 자리를 기필코 사수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 청원게시판에는 정 최고위원의 내정을 호소하는 글에 2일 기준 5만3000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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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강성 팬덤의 입김은 나날이 세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대표를 비판하거나 자신들의 주장에 ‘비토’를 놓는 비명계 인사들을 겨냥한 욕설이 난무하는 지경인데요.
대표적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의 문자 테러 징계 논란이 그 예입니다. 지난달 21일 이 의원은 ‘욕설 문자’를 공개하며 “이분을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으로 여길 수 있겠나”라며 따져 물었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진상조사를 통해 해당 발신자는 “당원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 의원을 향해 “무슨 근거로 그 문자를 보낸 사람을 개딸 당원으로 단정했느냐”고 쏘아붙였죠.
강성 팬덤은 다시 한 번 당 지도부에 반응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인 ‘이큐채널’에선 “이 쓰레기 같은 국회의원 XX들, 문자 보고 징징대고 XX병하고 자빠졌어”라고 이 의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최한욱TV’는 “저 문자를 제가 안다. 최OO님 문자 하나로 대한민국 언론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마치 강성 팬덤이 일련의 과정에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시사급발진’ 채널에선 조응천 의원을 향해 “응천아 너 정치 하잖아 X만아.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이재명밖에 없어. XX같은 X아”라며 욕설을 퍼붓는 등 강성 팬덤의 비명계를 향한 과도한 공세는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극에 달한 강성 팬덤의 공격에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입장뿐입니다. 당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은 맞지만 터져 나오는 당원의 목소리를 막을 순 없다”며 “당 차원에서도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딘 민주당의 쇄신, 어디서부터 이뤄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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