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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귀농귀촌 자원으로 빈집을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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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기자I 2020.09.08 06:00:00

정화태 전 오사카 총영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만 명이 귀농했다. 이 중 74%가 50대 이상이다.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이 농촌 인구 유입에 한몫한 셈이다. 우리는 흔히 시골에 땅 사고 집 짓고 잔디 깔고 슬슬 소일하면서 사는 것을 귀농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귀농한 사람의 76%가 새로 집을 짓거나 샀다. 그런데 2018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1년 이상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은 142만 채. 이 중 71%는 비수도권에 있다. 그럼에도 귀농을 하면서 마을 빈집이나 귀농인의 집 등을 이용한 사람은 4%에 불과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눈높이 차이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빈집은 많지만 들어가 살고 싶은 집은 없는 것이다. 둘째,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고쳐 살기 어려운 오래된 빈집이 많다. 그래서 ‘이럴 바엔 차라리 짓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농촌에 새로 짓는 집은 하나같이 고래 등 같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사는 사람의 신분을 드러내는 지위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왕 새로 짓는 거 놀러온 도시 친구들에게 집 좋다는 소리도 들어야 하고, 원주민에게 얕잡아 보여서도 안 된다.

필자는 지난 3월 경북 문경의 한 농가에서 석 달 동안 귀농·귀촌 체험을 했다. 다리를 놓아준 이는 공무원연금공단이다. 공단은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농·어촌의 빈집, 폐교 등을 활용한 귀농·귀촌 체험 프로그램인 은퇴자 공동체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은퇴자들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8개월 동안 마을에 살면서 농사일을 배우고, 도시에서 익힌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원주민들을 위해 봉사도 한다.

필자는 50년 만에 농촌으로 돌아왔다. 과수원에 붉은 복숭아꽃과 연분홍 사과꽃이 필 무렵 마을주민을 따라 사과꽃을 땄다. 평생 크고 빛깔 좋은 사과를 탐하기만 했지 튼실한 열매를 맺으라고 꽃을 속아주긴 처음이었다. 노동의 피로를 달래는 데는 장터 술도가의 막걸리가 제격이다. 알고 보니 술도가의 젊은 주인장은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회사에 다니던 15년차 귀농 선배였다. 함께 입주한 황 선생이 장에서 사다 심은 상추 모종은 석 달 동안 여섯 가족이 먹고도 남아 2기 입주자들에게 물려주고 왔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상추다.

농경사회를 경험한 세대에겐 근면·자조·협동의 DNA가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비부머들의 귀농은 원초적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래 등 같은 집의 대문을 꼭 걸어 잠그고 산다면 사는 공간만 ‘농촌’으로 옮긴 것일 뿐 큰 의미가 없다. 우리는 본능만큼이나 강한 도시 생활 습성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한 이후에도 적응을 못해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먼저 가서 꼭 살아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에게 빈집은 좋은 자원이다. 일본도 우리보다 먼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빈집 문제를 겪었다. 그들은 정부가 나서 빈집을 수리한 다음 이주지원기구나 빈집 매칭 시스템 등을 통해 귀농·귀촌인, 외국인 등 수요자와 연결하는 사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는 빈병이나 빈 비닐봉지를 재활용하는 일에 익숙하다. 그런데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인 집은 왜 재활용하지 않는가.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할 것은 집이 아니라 인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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