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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연준이 결정하는 단기 기준금리보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장중 4.818%까지 치솟아 2023년 11월 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비둘기파적 발언 이후 4.7%대로 내려왔지만 최근 장기금리 상승세가 누적되면서 모기지 금리는 다시 7%에 가까워지고 있다.
재정적자·AI·중동 충돌…장기금리 밀어올렸다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정부의 차입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AI 인프라 구축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정부와 기업이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이란 충돌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키우며 장기금리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AI 투자 붐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동시에 금리를 끌어올리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로 민간 부문의 자금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 역시 대규모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채권시장에서 ‘자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AI 투자와 정부 부채 증가로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중립금리’ 자체가 높아졌을 가능성도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립금리가 구조적으로 높아졌다면 연준의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시장금리 전반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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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모기지 금리는 이미 주택 구매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50만달러(약 6억7800만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서 집값의 20%를 먼저 내고 나머지 40만달러(약 5억4240만원)를 30년 고정금리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현재 6.71% 금리에서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약 2580달러(약 350만원)다. 재산세와 주택보험 등은 제외한 금액이다.
높은 집값까지 겹치면서 미국 주택시장의 구매력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월 계약이 체결돼 거래 완료를 기다리는 주택 매물은 전년 동월 대비 0.2% 감소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이크 크리멜 리얼터닷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8월은 높은 모기지 금리가 주택 수요를 본격적으로 따라잡은 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주택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이른바 ‘록인(lock-in) 효과’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초저금리 시기에 3~4%대의 모기지를 받은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고 6%대 후반의 새 대출을 받기를 꺼리면서 매물 공급이 제약돼왔다. 여기에 신규 구매자들은 높은 집값과 모기지 금리를 동시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준 동결해도 모기지금리는 안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장기금리는 연준의 통화정책 판단에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월러 이사는 이날 로이터 행사에서 높은 모기지와 자동차대출 금리를 직접 거론하며 현재 금융여건이 느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고 신차가 중산층 가정에 사실상 사치품이 돼가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를 금융여건이 여전히 긴축적이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월러 이사는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진다면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연 3.50~3.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데 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8월 물가가 다시 강하게 나온다면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문제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서 모기지 금리가 곧바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재정적자와 AI 투자 등에 따른 막대한 자금 수요가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둔다면 연준의 정책금리와 가계가 실제 부담하는 차입금리 사이에 괴리가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택시장과 자동차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에서는 높은 금융비용의 충격이 지속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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