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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공도서관 사서 10명 중 7명 ‘폭언 경험’

김기덕 기자I 2020.08.16 11:15:00

서울시 ‘공공도서관 사서 감정노동 피해예방’ 7대 지침
감정노동자 보호사항 명시…교육·상담 프로그램 등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공공도서관 사서 10명 중 7명은 시민으로부터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성추행을 경험한 경우도 적지 않아 인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폭언·성희롱과 같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공공도서관 사서를 보호하기 위해 ‘공공도서관 사서 등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및 매뉴얼’을 전국 최초로 수립했다고 16일 밝혔다.

감정노동은 주로 시민을 직·간접적으로 대하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이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업무상, 조직상 요구되는 근로형태를 의미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감정노동 피해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피해상황 발생시 도서관과 관리관청(시·구청, 교육청)이 실행해야 하는 조직차원의 역할과 책무를 ‘7대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7대 지침은 △도서관 운영방침에 감정노동자 보호에 대한 사항 명시 △시민공감 확산을 위한 홍보 △기관별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 마련 △감정노동교육 실시 △적정한 휴식 보장 △감정노동 관련 고충처리제도 시행 △감정노동자 보호현황 점검 및 관리 등이다.

지침에 따르면 시·구 및 교육청과 도서관은 사서 등 감정노동자 보호에 관한 사항을 운영방침에 명시해야 한다. 또 도서관은 조직 구성원과 함께 각 도서관 상황에 맞는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을 수립해야 한다. 감정노동으로 소진된 감정을 회복하기 위해 적정한 휴식을 보장하고, 건강문제 예방을 위한 교육·상담 등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의 인권 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가 실시한 ‘2019년 서울지역 공공도서관 위탁 및 고용실태조사’를 보면 서울지역 공공도서관 사서 10명 중 7명(67.9%)은 이용자로부터 폭언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자 중 14.9%는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서울도서관은 가이드라인을 8월 중 서울 지역 총 176개 공공도서관에 배포, 각 도서관에서 감정노동자 보호제도를 수립할 때 참고하도록 했다. 이번에 마련한 7대 지침과 가이드라인 세부내용이 실제 현장에 효과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자치구 대표 구립도서관 5개관(강서, 도봉, 동대문, 서대문, 송파)에서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공공도서관 사서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감정노동의 어려움을 해소해나가기 위한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관련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사서들이 일하기 좋은 공공도서관을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공공도서관 사서 등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식 사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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