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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스테이블코인, 덩치싸움 끝…이젠 '금융 배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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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10.25 10: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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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리서치 인스티튜트, 지니어스법 1년 점검 보고서
시총 3000억달러대서 1년째 정체…결제액은 꾸준히 증가
韓, 스테이블코인 수취액 세계 6위…이자보상 허용여부 쟁점
"스테이블코인 단기론 은행 위협 제한적-비자·마스터 지배력 유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지 1년이 지났고,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스테이블코인은 외형 성장이 멈춘 대신 기존 금융시스템 안으로 파고드는 성숙기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시장 방향을 가를 최대 변수로는 이자를 지급하는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허용 여부가 꼽혔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액 추이와 각 항목별 결제 비중 추이 (그래픽=도이체방크)
스테이블코인 결제액 추이와 각 항목별 결제 비중 추이 (그래픽=도이체방크)
24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의 다음 행보는’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지니어스법이 불러온 열기는 식었지만,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시스템의 연결고리는 오히려 깊어졌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마리옹 라부르 매크로 전략가와 카밀라 시아존 애널리스트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지난 12개월간 3000억달러 안팎에서 움직였고, 이달 들어 약 3100억달러에서 정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2020년 50억달러 수준에서 급성장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테더(USDT)가 약 60%, USD코인(USDC)이 약 23%를 차지해 상위 두 종목 쏠림이 여전하며, 전체 99%는 미 달러화에 연동돼 있다.

몸집 성장은 멈췄지만 실사용은 늘고 있다. 비자 온체인 애널리틱스 기준 스테이블코인 결제액(조정 기준)은 지난 2022년 1030억달러에서 올 들어 3750억달러로 3배 이상 불어났다. 결제의 58~64%는 기업이 차지했고, 기업 간 거래(B2B)가 이를 주도했다. 지난 9월 기준 기업 결제 항목은 서비스 수수료(560억달러), 급여 지급(430억달러), 용역 대금(320억달러) 순으로 컸습니다. 비자의 160여개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프로그램 결제액도 전년대비 약 200% 늘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항목별 비중 및 국가별 결제 수취액 (그래픽=도이체방크)
스테이블코인 결제 항목별 비중 및 국가별 결제 수취액 (그래픽=도이체방크)
국가별로는 한국도 주요 수취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1~8월 스테이블코인 결제 수취액은 태국(108억달러), 튀르키예(78억달러), 인도네시아(63억달러), 멕시코(61억달러), 미국(57억달러)에 이어 한국이 53억달러로 6위를 기록했다.

다만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 대부분은 여전히 실물경제 활동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전체 거래량은 조정 기준 2조4200억달러이고, 이 중 가상자산 거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소비자 지갑에 보관된 물량은 전체 공급량의 약 14%에 그쳤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리워드, 할부, 결제 취소(차지백) 같은 신용카드의 장점을 대신하지 못해 선진국 소비자가 쓸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미국은행협회(ABA) 조사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본 소비자는 24%에 불과했다.

대신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4시간 결제가 가능해 외환(FX) 결제, 기업 자금관리, 일중 레포 등 담보 관리에서 쓰임새가 크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고객이 은행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갈 경우, 고객이 아낄 수 있는 결제 처리 수수료가 2035년 약 7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은행으로서는 그만큼 수익원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은행권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 계열 포지(FORGE)는 유로·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내놨다. ING·BNP파리바·유니크레디트 등이 참여한 유럽 은행 컨소시엄 ‘키발리스(Qivalis)’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도이체방크·골드만삭스·씨티 등은 주요 7개국(G7) 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검토 중이다. 지난 9월에는 140여개 기업·금융사가 참여한 ‘오픈USD(OUSD)’가 출시 2주 만에 공급량 7억9900만달러를 기록했다.

향후 최대 쟁점은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으로 꼽혔다. 지니어스법은 발행사가 보유자에게 직접 이자를 주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거래소 등 제3자를 거쳐 이자 성격의 보상을 주는 ‘3자 모델’까지 막을 지를 두고 은행권 반발이 거세다.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 지역 대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다. 가상자산 시장 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도 이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지난 9월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니어스법은 내년 1월18일 시행된다.

보고서는 “다음 질문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기술에 머물지, 아니면 글로벌 은행시스템을 흔드는 진정한 파괴자가 될지”라고 평가했다. 다만 도이체방크는 기본 시나리오로 단기 위험은 제한적이며, 선진국에서는 비자·마스터카드의 지배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체이널리시스는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비자·마스터카드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을 낙관 시나리오 2031년, 기본 2033년, 비관 2039년으로 각각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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