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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지난해 3월 25일 토요일 오전 9시께 경기도 안양시의 한 무인 매장에서 총 1만200원어치의 샌드위치 4개를 계산하지 않고 그냥 가져갔다. 업주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추적해 이 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적된 과로와 전날 과음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주의가 산만해 실수로 계산하지 않았을 뿐이고 절취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뒤늦게 가져간 상품의 대금을 치렀고 피해 업주도 이 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추가 수사 없이 지난해 6월 이 씨에게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을 말한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 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라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헌재는 이 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을 심리한 뒤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청구인(이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검찰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이 씨가 사건 당시 얼굴을 가리지 않았고 샌드위치 4개를 일일이 계산대에서 스캔했으며, 매장에 방문하기 전 커피를 구입하면서는 대금을 정상적으로 계산한 점을 근거로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