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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철도원 삼대, "천만 노동자 삶 비추고 싶었다"

김은비 기자I 2020.06.03 06:00:00

"염상섭 3대 뒤 이었다" 자평
"죽을 때 까지 작품활동 할 것"
''늦잠'' 해프닝 사과도 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우리 문학사에는 1000만 노동자를 다룬 장편소설이 없었다. 그 빈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소설가 황석영(77)이 노동자의 삶을 다룬 소설 ‘철도원 삼대’로 돌아왔다. 황 작가는 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이번 작품에 대해 “염상섭의 ‘삼대’를 이었다”고 평가하며 “염상섭의 삼대가 식민지 부르주아 삼대를 통해서 근대를 조명해낸 소설이라면, 나는 3.1 운동 이후부터 전쟁까지, 그 뒤를 이었다”고 말했다.

‘철도원 삼대’는 한반도 100여 년 역사를 배경으로 산업 노동자의 삶을 풀어낸 작품이다. 철도원 노동자 가족 삼대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공장 노동자인 증손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굴뚝 위에서 농성을 하는 증손 이진오는 삼대의 이야기를 회상한다.

책은 5년 전 경장편 ‘해질 무렵’을 쓴 뒤 5년 만에 쓴 장편 소설로 600여 쪽에 달한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는 동안 19차례나 집필실을 옮겨 다니며 하루 8~10시간 정도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1989년 방북 당시 평양에서 만났던 어르신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에서 시작됐다”고 책을 쓴 계기를 밝혔다. 그는 “고향이 서울 영등포였던 그와 장장 6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감동을 받았다”며 “당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이 내용을 소설로 쓰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이진오가 굴뚝에서 고공농성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지상도 하늘도 아닌 중간지점에서 일상이 멈춰 있으니 상상력으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조건이다”라며 “과거 3대의 이야기를 4대째 후손이 들락날락 회상하는 식으로 소설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차기작은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철학 동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원불교가 발생한 곳에서 지금 머물고 있다”며 “소태산 박중빈 어린 성자가 사물에 대해 깨달아가기 시작하는 과정을 쓸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계가 직면한 코로나19 사태가 던지는 여러 질문에 대해 응답하는 작품 활동을 더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는 은퇴 기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며 “죽을 때까지 새로운 정신을 갖고 새로운 작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본의아니게 대형사고를 쳤다”며 사과를 했다. 이번 간담회가 당초 지난주 열릴 예정이었는데 자신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황 작가는 당시 간담회 전날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관련 행사를 한 후 후배들과 막걸리를 마셨다가 다음날 일어나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일 마포구 서교동 창비 사옥에서 신간 기자간담회를 가진 황석영 작가(사진=창작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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