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찾은 충남 보령시 HD현대인프라코어의 보령 PG(Proving Ground·성능 시험장). 실제 건설 현장과 똑같이 조성된 시험장에 들어선 ‘콘셉트-X2’ 불도저는 사람의 조종 없이도 정해진 구역에서 스스로 땅을 고르는 작업을 해나갔다. 시간당 60밀리미터(㎜)가 넘는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불도저는 문제없이 작동하며 무인화 기술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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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이날 모든 건설 작업을 무인화·자동화할 수 있는 건설 현장 종합 관제 솔루션 ‘콘셉트-X2’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시연한 ‘콘셉트-X’의 후속작으로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글로벌 건설기계 전시회 ‘콘엑스포(CONEXPO) 2023’에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이날 시연에 나선 굴착기와 불도저 모두 콘셉트-X 때와 달리 조종석이 없었으나 작업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인공지능(AI)을 통해 건설기계 숙련자들의 기술을 학습한 콘셉트-X2는 최적의 작업 방식을 스스로 판단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콘셉트-X보다 효율이 13% 개선됐다는 게 HD현대사이트솔루션 측 설명이다. 섬세한 작업은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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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콘셉트-X2에선 ‘틸트로테이터’(Tilt-Rotator)를 장착해 가능한 작업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굴착기 버킷에 틸트로테이터를 장착하면 상하로만 움직이는 데서 벗어나 좌우 45도 기울기, 360도 수평 회전도 가능해져 작업 시 굴착기의 위치를 바꿀 필요 없이 다양한 작업을 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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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콘셉트-X2와 같은 무인화·자동화 기술을 ‘게임체인저’(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제품)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해외 주요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건설기계 시장을 뒤흔들 무기로 차별화된 솔루션을 내세운다는 의미다. 앞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톱5’ 건설기계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건설기계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캐터필라나 일본 코마츠도 무인화·자동화 기술과 관련된 연구·개발을 하겠지만, 우리는 이들보다 더욱 일찍 시작해서 가장 앞서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에서도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길 바라고 있고 이에 실증을 거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원활하게 시장에서 쓰이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동목 HD현대사이트솔루션 수석은 “무인이라는 말에도 무인이긴 하지만 원격 조종을 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고 아예 조종 없이 자율작업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무인 건설기계에 대한 법제가 부족한 면이 많아 회사에 문의나 협조 요청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친환경 시대에 대응해 전기 굴착기, 수소 지게차 등도 개발하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은 소형 모델은 전동화하고, 중대형 모델은 수소연료전지(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를 채택해 현재 10%에 그치는 친환경 건설기계 제품 비중을 2040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9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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