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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벗고 광야나선 이재명, 이낙연 등판·김은경 혁신에 그의 운명은[국회기자 24시]

이상원 기자I 2023.06.24 11:51:20

혁신위,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 요구
당 지도부 수용 여부 관건…李 리더십에도 영향
李, `희생 이미지`로 유리한 위치 선점 분석도
24일 이낙연 귀국, 정치행보 전망에 李 거취도 주목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첫 쇄신안을 공개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67명 전원에게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을 요구했는데요. 민주당 혁신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방탄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방침을 혁신안 1호로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당 지도부가 첫 혁신안을 받아들일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대표와 대권을 두고 경쟁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24일 귀국하면서 비명계의 세 결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이재명 체제’를 둘러싼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이 대표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정치권의 초미에 관심사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여성위원회 발대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스1)
◇혁신위 “당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李 혁신행보 기로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지난 23일 국회 브리핑에서 “혁신위는 민주당 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제출하고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당에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불체포특권은 헌법적 권리이지만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사법부의 판단을 신뢰하되, 문제가 생기면 당내 조사를 통해 억울한 분이 없도록 법률 지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죠.

혁신위는 공식 명칭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김은경 혁신위원회’로 정했습니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민주당의 윤리정당으로서의 역할과 정치 회복, 현재 진단과 미래 비전 제시를 혁신위의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과정’에서 빚어진 ‘방탄 논란’에 이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논란 등으로 심화한 민주당의 도덕성 위기를 극복할 방안의 뜻으로 제시한 것이죠. 이 대표가 지난 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도 이 같은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혁신위의 제안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당 지도부는 주말 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수용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인데요. 만약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한다면 ‘친명(親이재명) 딱지’를 떼면서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다만 이를 재고한다면 혁신위의 쇄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던 이 대표의 리더십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올 것입니다.

의원총회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여부가 뇌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도 약속한 것처럼 국민 앞에 (불체포) 특권을 내려 놓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을 다시 한 번 정치에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비명(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대통령 후보 공약을 뒤집고 방탄 논란을 만들다 보니 민주당에 대한 신뢰와 지지도가 떨어졌다”며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100%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죠.

‘1호 쇄신안’의 현실화 여부에 따라 이 대표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입니다.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받아들이고 당이 함께 따른다면 민주당의 혁신 행보는 탄력을 받겠죠. 무산될 시, 혁신위가 출범하자마자 ‘무용론’이 제기될 것이고 이 대표 또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먼저 포기하는 자세를 보이고,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면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대표가 ‘방탄 조끼’를 벗는 희생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쇄신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보여줄 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낙연 복귀에 세 결집 주목…이재명 거취도 관심

일각에선 이날 귀국을 앞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복귀가 이 대표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내 ‘이재명 체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만큼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세 결집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면서인데요.

우선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 ‘불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전 대표 측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직접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보다는 추후에 당내 고문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 전 대표도 지난 12일(현지시각)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내년 총선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죠.

다만 이 전 대표의 귀국에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가상자산(코인) 사태’로 인해 민주당의 악재가 겹치면서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이 대두하면서죠.

반면 당내 친명(親이재명)계는 ‘갈등론’엔 선을 긋고 있다. 김영진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국회의원)은 지난 22일 라디오에서 “당의 상임고문으로서 민주당의 방향과 총선 승리에 큰 기여를 하실 것”이라고 밝혔고,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21일 “(이 전 대표는) 누구보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깊다”며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복귀하면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가를 위한 제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생활을 위해 제가 할 바를 하겠다”고 정치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또 다른 이 전 대표의 관계자는 “정치 행보는 천천히 논의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의 복귀엔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한편 이 전 대표의 복귀로 이 대표의 지지층 결집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타도 이낙연’의 기조를 역설할 시, 당원 소환과 대의원제 폐지 등 친명계 여론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당장 이 전 대표의 복귀로 표면적인 갈등은 있을 수 있으나 현재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 등 통합을 위한 일에 힘쓰고 있는 만큼 갈등은 줄어들 것”이라며 “이 전 대표도 당이 하나되는 일에 힘써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방탄 조끼를 한 겹 벗고 광야로 나선 이 대표의 거취가 다시 한 번 주목됩니다.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4월 9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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