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전 금융연구원장(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사진)은 20일 은행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선 지배구조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전 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금융이 잘 나가는 상태라면 관리형 최고경영자(CEO)라도 문제될 게 없다”며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자형 CEO라면 천수답식 금융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기업가적 정신을 가진 CEO가 (무기력에 빠진) 금융회사를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금융산업은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표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하위권. 금융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국내 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도 5∼6%로 2000년대 이후 답보상태다.
신 전 원장은 “지금 은행은 단순 수수료 중개인으로서 라이선스 비즈니스만 하고 있다”며 “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기업금융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책당국에 대해서도 단기성 대책에 급급할 게 아니라 좀 더 긴 호흡으로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 일에 주력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을 유도, 시장에 자생력을 불어넣는 일이 금융정책의 핵심”이라며 “지나치게 과욕을 부려 즉각적인 개입에 나서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선진화라는 과제도 결국 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명하게 위험을 택하면서 고객들에게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절실하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곧 금융선진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