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 시대가 지속되면서 중산층의 재테크 수단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재테크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와중에 헤지펀드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소액 투자자들에겐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올들어 2조원 가까이 몰린 한국형 헤지펀드 돌풍의 주역인 원종준(사진)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4일 이데일리와 만나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주식운용본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원 대표는 브레인과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실력을 키워왔다. 이후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운용해보고 싶어 2012년 라임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자금규모는 3년여만에 7900억원으로 불어났다. 대표 펀드인 ‘라임 모히토 1호’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로 코스피를 크게 웃돌고 최소 가입금액 5억원 이상인 헤지펀드 ‘새턴’은 지난 4월말 출시된 지 두달 만에 5.5%의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개방형 메자닌 펀드로 한 달에 한번 환매가 가능한 장점을 내세운다.
원 대표는 변동성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연 7~8%의 절대 수익률을 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롱숏(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팔고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파는 것)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대부분 헤지펀드들이 단일한 롱숏 전략만 쓰는 것과는 달리 메자닌(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해 시장이 불확실하거나 조정을 받을 땐 채권으로 유지하다 상승 국면에서 주식으로 전환해 초과 수익을 누리는 전략)이나 이벤트 드리븐(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IPO) 같은 대형 이벤트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노린 투자전략) 등을 섞는 멀티 스트레티지 전략을 사용한다.
그는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에 앞서 헤지펀드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론스타나 엘리엇 등 외국계 헤지펀드들로 인해 국회의원들조차 헤지펀드에 대해 안좋게 보곤 한다”며 “한국형 헤지펀드는 결코 위험한 펀드가 아닌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소 투자금이 1억원 이상인 헤지펀드는 소액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그가 재테크에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올해 연말께 시행될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란 500만원 이상 투자금 여러개 사모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이 사모 재간접펀드에 투자함으로써 재테크 양극화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몇년새 자금이 몰린 주가연계증권(ELS) 자산의 10%만 가져와도 관련시장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올해 목표는 안정적 헤지펀드 운용이다. 투자대상은 주식에서 범위를 더 넓혀 비상장주식이나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해외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홍콩법인 설립도 계획 중이다. 최근 발생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영향을 다소 받았지만 수익률은 다시 빠르게 회복 중이다.
원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여름까지는 대형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 여름 시장을 별로 안좋게 봤지만 그동안 악재에 단련되면서 최근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되고 상품가격은 반등해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대형주가 다시 한 번 시세를 낼 수 있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호조에 이어 2분기에도 긍정적 실적 전망이 나오면서 여름까지 상승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한국 시장은 스타일 변화가 빈번할 뿐더러 한 업종이 뜨면 그 외 업종은 여지없이 망가지는 특징을 갖고 있어 쏠림현상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주가 수준에서는 은행이나 증권, 철강, 비철업종이 매력적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투자자들을 향해서는 현재 주가가 많이 하락한 자산에 투자금의 10~20%는 담을 것을 권했다. 그는 “기업은 유기체와 같아서 3~4년 정도 부진하면 변신을 꾀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주기가 분명 있다”며 “기업뿐 아니라 유가, 곡물가격 등 상품가격도 장기차트를 보며 가격 하락률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