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기획]금융권 스포츠마케팅..골프부터 여자농구까지

신상건 기자I 2013.07.26 08:32:53
[이데일리 성선화 신상건 기자]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23일 ‘하나-외환 여자농구단’에 거한 저녁을 샀다. 지난해 해체한 신세계 농구단을 인수한 하나금융그룹은 구단 공식 명칭을 ‘하나-외환 여자농구단’으로 짓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조동기 전 신세계 코치가 감독으로 선임됐고 코치에는 남자 프로농구 부산 KT 2군의 김희선 코치가 자리했다. 조동기 감독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연습을 해왔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며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이번 시즌에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금융권의 골프 사랑

하나금융은 원래 골프 스포프 마케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농구단 창단을 통해 농구 마케팅까지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금융권이 가장 주력한 스포츠 마케팅은 골프다. 올 초 하나금융그룹이 유소연 선수를 영입한 데 이어 KB금융(105560)이 최근 세계 랭킹 1위로 급부상한 박인비 선수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박인비의 몸값이 10억원 내외로 추정한다. 미래에셋증권이 메인 스폰서인 신지애의 연간 계약금이 10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어서다. 하지만 박 프로의 광고효과는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체의 주장이다. 4월 초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의 마지막 경기에서 광고 효과만 약 8억원으로 조사됐다. 해외 광고는 제외한 국내 효과만 계산한 것이다. KB금융이 자체 환산한 2011년 홍보 효과만 670억원이다.

금융업계에서 골프 마케팅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후원하는 프로 골퍼는 김인경, 박희영, 비키 허스트, 크리스티 커 등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여성 국제 대회인 LPGA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부터는 상금액과 선수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총상금 규모를 기존 18억원에서 19억원으로 늘렸고, 선수 규모도 올해부터는 9명이 늘어 총 78명이 참가한다. 경기 유치 비용은 총 상금의 두 배 정도가 든다. 한 경기에만 약 36억원을 쏟아붓는 것이다. 하나금융 측은 경기 시작 이틀 전에 하나금융 VIP 고객 약 300여 명을 초청해 프로암(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함께 하는 경기)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지난 2010년부터 여성 프로골퍼를 총무부 직원으로 채용하기시작해 현재는 3명이 일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고 실제 영업에 도움이 판다고 판단해 올해 추가 영입을 계획 중이다.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 유치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대부분 고객이 여러 계좌를 이용하고 있지만, 라운딩 이후 20억원을 한꺼번에 예치한 사례도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로 환산해 여성 프로골퍼의 고용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고객 스킨십’ 효과가 워낙 좋아 앞으로서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인지도 제고에서 지역사회 공헌까지

삼성생명 여자농구단 블루밍스 선수들이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삼성트레이닝 센터로 초등학교 농구팀을 초청해 직접 농구를 지도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인기와 비인기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험사들은 스포츠 마케팅에 첫발을 내디뎠던 1970년대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뒀다면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사회 공헌 활동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먼저 삼성생명(032830)은 보험업계에서 가장 많은 3개의 스포츠단을 운영중이다. 전신인 동방생명이라는 이름으로 1977년 창단한 여자농구단은 이미선과 박정은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으며, 국위선양에도 앞장서고 있다.

다음 해인 1978년 남녀 탁구단을 창단한 데 이어 1983년에는 레슬링단도 만들었다. 3개 스포츠단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1년에 약 100억원 수준이며, 경제적인 효과보다 ‘감동·신뢰·활력’이라는 기업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삼성생명은 여자농구단의 연고지인 용인에서 용인시청과 함께 유소년 농구교실을 개최하는 등 기능 재부도 진행중이다.

삼성생명 스포츠단 관계자는 “거짓이 없고 노력한 만큼 정직한 결과가 나오는 게 바로 스포츠”라며 “이러한 점에서 고객에게 신뢰를 얻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보험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배구 탑매치 경기 후 삼성화재 배구단 블루팡스 선수들이 쓰나미 피해 입은 일본 지역주민들을 찾아 위로를 전하고 있다.
삼성화재(000810)도 1995년 실업팀을 창단한 뒤 20년간 남자 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운용비용은 연간 40억~60억원 수준이며 배구단 운영을 통해 약 600억원의 경제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홈 경기장인 대전충무 체육관에 배구단 최초로 ‘피크닉 존’을 만들었다. ‘추운 겨울 배구장으로 소풍을 가자’라는 주제로 인공 잔디 위에 캠핑 의자와 벤치, 텐트 등 다양한 좌석을 배치했다.

이러한 마케팅을 통해 팬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삼성화재라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연고지인 대전시와 함께 배구단 선수들이 직접 참여한 공익 교통방송을 꾸준히 내보내고 있으며, 팬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 장애인 배구교실 개최 등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경기가 있을 때 관련 국가가 쓰나미·지진 피해 등을 입으면 직접 시민들을 찾아가 위로를 전하는 등 외교사절단 역할도 하고 있다.

삼성화재 배구단 관계자는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배구단 운영을 통해 많은 부분 해소했다”며 “기존까지는 국민체육 진흥에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공헌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여자배구단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들이 올해 4월 열린 나눔 바자회에서 굿윌스토어 송파점을 찾은 어린이에게 배구공을 선물로 주고 있다.
LIG손해보험(002550) 역시 남자 배구단을 운영하고 있고 흥국생명도 여자 배구단을 1971년부터 꾸려오고 있다. 동부화재(005830)는 남자 농구단을, KDB생명은 여자농구단을 운영 중이다. 한화손해보험(000370)현대해상(001450), 롯데손해보험(000400)은 각각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라는 프로 야구단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원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던 AIG(손해보험)는 지난해 10월 럭비 세계챔피언인 동시에 75%의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올블랙스(All Blacks) 팀이 소속된 뉴질랜드 럭비연맹과 5년 반 동안의 유니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ING생명은 2005년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고, 교보생명은 체육 꿈나무를 조기발굴·육성하기 위해 지난 1985년부터 ‘꿈나무 체육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이 대회를 통해 박태환과 양학선, 왕기춘, 이상화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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