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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003620)·한국지엠)의 지난달 글로벌 판매는 53만923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6% 감소했다. 이는 올해 가장 저조한 판매 수치로, 글로벌 판매가 54만대 밑으로 떨어진 건 1년 4개월 만이다.
지난달 실적이 저조했던 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길어지면서 해외 판매마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반도체 수급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선방해왔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는 263만9236대와 190만4031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6%, 18.7% 증가했다. 두 회사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반도체 수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외 판매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는 214만2251대와 190만4031대로 24.1%, 23.9%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8월 말부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하면서 ‘반도체 파동’이 재차 불거졌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스마트폰, 자동차 등 조립을 위한 세계 최대 공급망 중 하나로 꼽힌다. 반도체 수급이 재차 불안해지자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도 23만7339대와 18만7792대로 각각 19.4%, 10.1% 감소하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1만3750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66.1% 줄었다. 해외 판매도 올해 처음으로 1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지엠은 올 초부터 반도체 수급 문제로 창원공장과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춘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주요 수출 차종을 생산하는 부평1공장도 50% 감산에 들어갔다. 더 나아가 지난 1일부터는 2주간 부평1공장 전면 셧다운을 단행했다. 이외에도 쌍용차 역시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4000대 수준을 포함 5000여 대의 미출고 물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델타 바이러스 감염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반도체 수급 문제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내년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을 기점으로 남은 하반기 동안 실적 악화에 대한 걱정 섞인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반도체 상황을 일 단위로 점검하며 생산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이달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은 하반기 반도체 ‘보릿고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그동안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일정 조정을 통해 극복해왔지만, 남은 3개월 위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