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코로나19 타고 매년 20%씩 시장 성장
인튜이티브 서지컬·스크라이커, 시장 90% 점유
국내서도 주요 업체 등장…성과는 아직 미미
산업 종속 우려…의존도 심화, 무역적자 증가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의료용 로봇 제품 하나로 연간 약 5조원의 매출을 내는 미국 회사가 있다. 복강경 수술로봇 다빈치를 보유한 인튜이티브 서지컬이다. 다빈치는 67개국에 5500대 넘게 팔렸다. 대당 가격이 85만 달러(약 10억원)에서 200만달러(약 24억원)의 고가다. 한 번 수술에는 최대 160만원이 든다. 그럼에도 다빈치는 가격을 조정하지 않는다. 전 세계 복강경 수술시장 90%을 차지하는 독점 기업이기 때문이다.
|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사진=인튜이티브 서지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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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는 의료로봇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그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고령화 인구의 증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의료 확산으로 인해 급격하게 커질 전망이다. 특히 로봇수술은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개복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합병증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아 의료현장에서 환영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데이터포캐스트는 올해 세계 의료로봇 시장 규모가 72억9000만달러(8조3000억원)에 이르고 5년간 연평균 21% 성장, 2025년에는 187억3000만달러(21조200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의료계는 의료로봇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로봇을 의료현장에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산업로봇과 서비스로봇을 미래산업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수술로봇 분야에서는 미래컴퍼니와 고영테크놀러지, 큐렉소, 이지엔도서지컬 등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활로봇 분야에서는 엔젤로보틱스와 헥사휴먼케어 등이 나섰다.
그럼에도 의료로봇 산업은 다소 뒤쳐져 있다. 로봇수술 시장은 이미 다빈치와 인공관절 업체인 미국 스트라이커 등 해외 대형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의료로봇 업체들이 후발주자로 나서 시장을 확대하기란 쉽지 않다.
의료로봇 산업이 수입로봇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봇수술이 진화하고 적응증이 확대될수록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의료기기 무역적자는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유망산업으로 각광받는 의료로봇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육성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허가 규제를 해소해 제품 출시를 늘리고 의료보험을 적용해 수술비용을 현저히 낮추면 국산 로봇에도 관심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은 “업체들이 기술력과 인지도는 있지만 양산을 못하고 있다”면서 “의료수가 산정과 보험 적용이 이뤄져야 하며 규제를 풀고 제품을 인정을 해야 수출길도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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