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그동안 우리가 놓친 현상을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인사이트(Insight)를 찾기 위한 분석, 활용 원리를 도출하도록 도와준다. 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는 지속 가능한 제조 혁신을 구현할 것이다.
영국의 1726년 봄, 두 명의 과학자가 저녁 식사 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대화 중,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졌고 한 과학자는 다른 동료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젊은 시절, 저렇게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궁금했네. 왜 사과가 옆이나 위가 아니라 수직으로 떨어지는지 말이야. 나는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긴다고 생각했네. 그렇게 모든 물질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 ”영국 과학자 윌리엄 스터클리(William Stukeley)는 자신의 저서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과의 대화를 이렇게 회고했다.
뉴턴은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그 현상 뒤에 숨어있는 만유인력이라는 ‘원리’를 발견했다. 동양철학 관점에서 본다면,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은 ‘기(氣)’, 그리고 만유인력이라는 원리는 ‘이(理)’에 해당된다. 이렇게 사람이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상(氣), 그 뒤에 작용하는 초경험적인 원리(理),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 바로 ‘이기론(理氣論)’이다.
자연의 존재법칙을 연구하는 성리학의 이론인 이기론(理氣論)은 이학(理學)·기학(氣學)이라고도 부르며, 우주론보다 심성론에 치중했기 때문에 심학(心學)이라고도 일컫는다. 천하에 이(理)없는 기(氣)없고 기(氣)없는 이(理)없다. 맹자는 인간의 덕목인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이(理)로부터 생성되어 기(氣)로 발현되는 것이라 하였으며, 인간의 7대 정서는 기(氣)로부터 이(理)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기(氣)가 따름이 없으면 발현할 수 없고, 기(氣)에 이(理)가 탐이 없으면 이욕(利欲)에 빠지므로 금수(禽獸)가 된다. 이것은 바꾸지 못할 정해진 이치이다. (도산전서(陶山全書))
코로나(Covid-19)가 보여주듯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불확실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질수록,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일부로서 사람은 ‘이기론(理氣論)’의 관점에서 살아간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보고 체험한 것(氣)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법칙(理)을 가진다. 무형적인 법칙(理)은 의식 혹은 무의식의 형태로 축적되며, 이는 개개인의 통찰력(Insight)으로 귀결되며, 궁극적으로 사람은 자신만의 통찰력에 근거하여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을 내리며 살아간다.
이 원칙은 제조 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경계가 모호한 제품의 품질 불량을 직관에 의해 분류하는 현장 작업자부터,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의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업가까지 모두 이런 과정의 결과물인 것이다. 산업혁명을 거듭하면서 이렇게 사람에게만 내재되었던 가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는 제품의 품질 검사가 더이상 일부 숙련자의 직관이 아닌, 비전 카메라와 통계적 분석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이뤄진 시스템으로 대체되었으며, 이런 시스템을 통해 제품 품질 검사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현상(氣)을 누구나 동일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인과관계(causality)와 같은 원리(理)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기술발전 덕분에 인류는 지난 100년간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그 한계도 점점 명확해졌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시스템은 (도구를 통해) 인간이 보고 체험하는 현상(氣)으로부터 도출된 원리(理)에 기반한다. 하지만 세계는 인간의 오감으로 담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는 인간의 규칙(理)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은 환경 변화를 모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노후화 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이 복잡한 현상을 보다 쉽게 모델링하기 위해 시스템은 ‘숫자로 나타낼 수 있고,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기반 되어왔다. 이는 숫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은 활용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이 경험과 통찰을 통해 직관적으로 내린 수많은 위대한 결정들은 체계적으로 축적될 수 없었다.
이런 한계를 깨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이다. 그에 앞서 아래 표는 지나 온 30년과 앞으로 다가 올 30년을 비교하는 그림이다. 1982년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사람이 아닌 개인용 컴퓨터(PC)를 선정했다. 그 후 30년이상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미 다가 온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대전환의 큰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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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인간이 그동안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던 현상(氣)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인간이 그동안 스스로 규정할 수 없었던 초경험적 원리(理)를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진정한 가치는 기(氣)와 이(理)의 확장, 즉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의 확장인 것이다(Making the invisible visible). 경험을 교환하는 맞춤형 제조의 시대가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팩토리에 의해서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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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목적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현상(氣)을 더 잘 파악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라벨링된 이상 데이터(abnormal data)가 부족해도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AnoGAN), 그리고 물체를 정확하게 분류하고 인식할 수 있는 모델(R-CNN) 등이 스마트팩토리를 위해 적용되어, 공장에서 일어나는 현상(氣)과 그 뒤에 있는 원리(理)를 파악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의 발전은 그동안 기업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인과관계(Causality)의 활용을 의미한다. 경영자는 이러한 인과관계를 통하여 더 나은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위대한 경영자는, 본인에게만 내재된 통찰력과 경험치가 아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예지 경영(Predictive Management)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바탕에는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때,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제조 현장의 혁신, 즉 스마트팩토리 구축은 모든 제조 전문가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생산 담당자 몇 사람의 업무가 아닌 전체 제조 관련자들이 전사적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제조 혁신을 제조 전반에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한 빅데이터 관리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단지 몇 가지의 기술을 제조 현장 혁신에 적용하는 사례를 만들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제조 혁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리를 위한 정보통신기술의 표준화, 유연성 확보, 운영 체계 확보 등 제조업의 새로운 경쟁 도구로써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경영 전략적인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