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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가 촉발한(‘승쏘공’이라고도 하죠) 연예계의 추악한 뒷면을 볼 때 생각나는 말입니다. 대중의 사랑으로 막대한 부를 거둔 이들의 부도덕한 모습에 허탈함과 분노가 쏟아져 나왔죠. 버닝썬의 후폭풍은 재벌가로도 번졌습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주를 비롯해 일부 자제들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또 한차례 충격을 줬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대사는 유아인이 영화 ‘베테랑’에서 맛깔나게 소화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 영화는 주류에서 밀려난 재벌 3세의 일탈(을 넘어 범죄)을 실감나게 다뤄 천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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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은 액션 영화로는 손꼽히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입니다. 류승완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비롯해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짝패’ ‘부당거래’ ‘베를린’ ‘군함도’ 등 영화 필모그래피를 꽉 채워놓은 스타 감독입니다. 이혜영(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범(아라한, 부당거래), 이범수(짝패) 등 영화마다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를 그리는 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베테랑에서도 ‘가오’가 살아있는 열혈 형사인 서도철(황정민)과 막나가는 제벌 자제 조태오(유아인)의 대치를 흥미진진하게 연출했습니다. ‘미스봉’으로 출연한 모델 출신 장윤주의 감초 연기도 돋보였습니다.
영화는 조태오가 본부장으로 있는 대기업의 하청업체 화물 운전사 배씨(정웅인)의 추락 사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 자살 시도로 치부됐지만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느낀 서도철이 조태오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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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많은 범죄액션물처럼 영화는 권선징악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죄를 저지른 악당을 가만히 두고 본다면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없겠죠. 현실에서 재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구속도 할 수 없고 재판을 벌여도 집행유예를 받기 일쑤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흠씬 두들기거나 욕 한바가지를 실컷 쏟아 부을 수도 있습니다. 베테랑은 이런 ‘사이다’ 같은 통쾌함이 유독 두드러졌습니다. 도철과 태오의 처절한 싸움을 끝낸 미스봉의 화끈한 발차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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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재벌가 자제들의 ‘물 흐리는’ 행동은 종종 벌어졌습니다. 회사를 직접 경영하지 않는 오너의 2~3세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사고팔거나 심지어 직접 주가 조작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류에서 벗어난 재벌가 자제들이 재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검은 세력과 결탁하고선 부당한 이득을 거두려는 행위가 사회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죠.
약 10년 전인 2008년에는 범 LG가 3세인 구본호씨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투자하는 기업마다 주가가 급등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지만 이면에는 시세를 조종하는 위법 행위가 있던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 두산가 4세 박중원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허위 정보 등으로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챙기려는 시도가 적발된 것이죠.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는 배우 최정윤의 남편이자 그룹 이글파이브 출신인 윤태준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집행유예 및 벌금 선고를 받았습니다. 윤씨가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의 장남이라는 사실이 크게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재벌가 00가 투자했다더라’는 식의 소문으로 주가를 띄우려는 일들은 비일비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가가 가지는 신뢰도를 이용한 것이죠. 재벌이 투자했다면 절대 망하지는 없겠고 주가도 크게 오르지 않겠냐는 생각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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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의도를 갖고 주식 투자에 나선 재벌가 자제들과 검은 세력들이 개미들의 수익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재벌가 투자 자체도 불분명한 경우도 많죠. ‘카더라’ 소문은 주의 또 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