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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휴직 확대, 아이돌보미 증원, 유연근무제 확대 등 출산·육아를 지원하는 제도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육아=엄마’라는 사회적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워킹맘 10명 중 9명은 슈퍼맘콤플렉스를, 8명은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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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의뢰해 직장인 717명(여성 353명, 남성 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한 결과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모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른바 슈퍼맘 콤플렉스를 느낀다’고 답한 여성이 89.4%나 됐다.
실제로 많은 워킹맘들이 매일 시간에 쫓기면서 직장과 가정생활 중 소홀한 것이 없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직장인 허수영(가명·35)씨는 “회사에서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체근무자를 적어내야 해서 포기했다”며 “회사 전체적으로 인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누군가에게 ‘대신 일좀 해줘’라고 말한다는 게 너무 민폐 같아서다”라고 했다.
직장인 오현수(가명·37)씨는 “직장과 육아를 계획에 맞춰 착오없이 해내려고 노력하지만 퇴근이 늦어지거나 아이가 아프다던가 하는 변수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그 때마다 직장과 가정, 어린이집에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죄인이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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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설문조사에서 ‘자녀 출산후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여성 77.6%가 ‘있다’고 답했다. 출산후 우울감을 느낀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내 삶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66.7%) △수면부족, 모유수유 등 신체적으로 힘들어서( 45.5%) △직장생활과 병행이 힘들어서(42.4%) △출산 후 몸이 망가져서(39.4)△남편이 육아 및 가사 분담을 안해서(37.9%) △경제적 부담이 늘어서(33.3%) △남편이 육아에 무관심해서(18.2%) 순으로 답했다. 아내가 출산 후 우울감을 겪는다고 답한 남성도 29.1%를 기록했다.
출산후 우울감 해소에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여성은 ‘남편의 육아 및 가사분담’(62.1%)이 가장 많았고 △부부간의 대화(59.1%) △아이와 떨어져 있는 자유시간(51.5%) △전문기관의 상담(15.2%)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남성은 △부부간의 대화(73.9%) △아이와 떨어져 있는 자유시간(39.1%) △아내의 육아 및 가사 분담(39.1%) △전문기관의 상담(6.5%)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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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직장생활을 효과적으로 병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정시퇴근, 연차 눈치보지 않는 직장 문화 정착(27.6%) △시차출근, 탄력근로제 등 재량근로제 확산 (23.4%) △육아휴직 사용 문화 정착(17.0%) △엄마 아빠간 적절한 육아분담으로 독박육아 타파 (8.6%) △직장어린이집 확충(5.9%) △정부 차원의 육아 도우미 지원(5.9%) △의무 육아휴직 기간확대 (5.3%) △정부차원의 육아 도우미 지원강화 (4.7%) 순의 응답을 보였다. 남녀가 모두 순위는 같았다.
한편 미혼 직장인들은 이렇게 육아와 직장생활 병행을 버거워하는 주변 동료들을 보면서 ‘결혼하는 것이 두렵다(76.1%)’고 답변했다. 여성의 응답률(84.7%)이 남성(64.2%)보다 높았다.
구유정 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워킹맘은 일과 육아를 오가는 직장인과 엄마로 변신하면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고되지만 어디서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며 “출산 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데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육아가 유급노동과 마찬가지로 가치있는 일로 여기는 인식이 사회 전체로 확산돼야 하며 공식적 제도 제원보다는 사회적 인식이나 문화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