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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한해를 시작하는 때에 유독 주목받는 그림이 있다. 바로 민화다. 우리 민족의 정기를 그대로 표현한 그림에서 새해를 시작하는 기운을 받는 건 오래된 풍습이다. 민화 속에 들어있는 특별한 동물의 익살스러움과 친근함이 푸근한 마음으로 한해를 열게 한다. 굳이 전통적인 민화만 고집하지 않는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민화까지 등장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원숭이해를 맞는 이벤트 같은 전시도 있다. 세계 각국이 판화로 찍어낸 ‘서유기’다. 설을 앞두고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딱’인 전시를 찾아봤다.
◇서울미술관 ‘백성의 그림전 첫 번째 대호’ 전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동물로 꼽히는 호랑이는 용맹스럽고 무서운 동물로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하만 역사 속 호랑이는 오히려 이와 정반대다. 특히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는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선한 느낌이다. 동작도 어딘지 모르게 귀엽고 엉뚱해 보인다.
요즘 가장 눈에 띄는 민화전은 ‘백성의 그림전 첫 번째 대호’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 개관 3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민중예술가, 다시 말해 16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이름 없는 시정화가들이 호랑이를 소재로 그린 민화 3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민화에서 호랑이는 자주 까치와 함께 등장한다. 일명 ‘까치호랑이’는 임진왜란 전후에 전래한 중국 명나라의 ‘유호도’와 ‘자모호도’에서 유래했다. 중국에선 호랑이를 부패한 관리의 상징으로 인식했는데 중국 호랑이가 대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 호랑이는 조선으로 넘어오며 ‘바보호랑이’로 모습을 바꾼다. 조선에서 이미 유순한 호랑이로 모습을 바꾸었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반도를 토끼에 비유하며 호랑이를 말살하려 하자 조선지식인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때부터 호랑이는 우리 민족정기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며 또 다른 의미를 주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민족정기만 따질 건 아니다. 민화 속 호랑이에는 여성과 남성을 뜻하는 음양의 코드도 숨어 있다. 안진우 서울미술관 큐레이터는 “민화에서 호랑이의 꼬리는 통상 남자의 성기처럼 다리 사이에서 하늘로 솟아있거나 소나무를 향하고 있다”며 “소나무에는 여자의 음부를 상징하는 옹이를 그려 넣어 호랑이 꼬리와 상응하도록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달 28일까지다.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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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판화박물관 ‘붉은 열정 손오공’ 전
붉은 원숭이해를 기념해 손오공이 주인공인 ‘서유기’를 세계 각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전시회가 열린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 명주사 인근에 위치한 고판화박물관은 오는 5월 15일까지 아시아 각국의 ‘서유기’ 관련 판화와 서책을 선보이는 ‘붉은 열정 손오공’ 전을 연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민족에게 원숭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동물이다. 특히 2500년 전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나오는 하누만은 열정과 헌신을 다해 곤경에 빠진 왕을 구하면서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꾼 원숭이로 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의 손오공 역시 하누만의 열정과 헌신을 이어받아 현장법사(삼장법사)를 도와 90여차례의 역경을 극복하고 서역으로부터 불경을 가져오는 기적을 만든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전시에선 인도·태국의 하누만 석판화와 탁본을 비롯해 한국·중국·일본의 서유기 목판본과 목판연화, 우키요에 등 7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전시유물 중엔 고판화박물관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희귀 육필연화가 다수 있다. 가로 220㎝, 세로 90㎝의 천에 그린 ‘채색 서유기 육필연화’는 중국에서도 보기 드문 서유기 고사도(故事圖)로, 마치 영화를 보듯 시간대별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한국자료로는 고려시대 청자원숭이와 12지신 동경을 볼 수 있고, 김유신 장군 묘석의 12지신 중 원숭이 탁본도 볼 수 있다. 특별한 판화도 한점 소개한다. 앤디 워홀의 석판화 ‘네 마리 원숭이’다. 원숭이의 익살스러운 모습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다. 전시는 5월 15일까지다. 033-761-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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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영 개인전 ‘희망 해돋이’…현대적 재해석한 민화
서양화가 조서영은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3일까지 여는 ‘희망 해돋이’라는 주제로 여는 개인전은 조 작가가 서양화의 옷을 입힌 민화 속 동물과 나무, 해를 통해 희망과 행복을 만날 수 있다.
전통민화를 그려온 작가답게 조 작가는 그간 서울 운현궁과 전주 한옥마을 등 역사와 전통이 깃든 장소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그곳에서 전시를 열어왔다. 이번에는 구리를 택했다. 고구려의 기상이 배어 있는 도시라는 의미에서다. 경기 구리시 토평동 구리타워 30층 하늘갤러리에서 연다. 031-550-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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