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민간 협력체 결성식 참여 5개 기업 주목
KSTAR·ITER 사업 참여 국내 기업도 관심
이경수 대표 "뉴에너지 시대···핵융합 연구 현실화"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2000년대 초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전통적인 우주 기업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성공했다. 발사체 재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우주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이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해 우주개발 속도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 분야에서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민관 협력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뉴에너지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제조업 역량과 핵융합 연구장치 건설·운영 경험을 발판으로 ‘핵융합판 일론 머스크’에 도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공공·민간 협력체 결성식’에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 사업 수주 도전장을 내밀었다.(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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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받는 기업들은 지난 22일 해외 연구시설 건설사업 참여 등을 위해 핵융합연과 협력체를 구성한 5개 기업이다. 인애이블퓨전을 비롯해 하늘엔지니어링, 이엠코리아, 삼홍기계, 에너지엔은 협력체를 결성해 이탈리아에서 건설 중인 토카막형 핵융합실험장치 DTT(Divertor Tokamak Test Facility)에 필요한 2200만 유로(약 330억원) 규모 부품 수주에 도전한다. 오는 29일 제안서를 제출하는데, 그동안 핵융합연에서 K-STAR를 건설해 운영하면서 부품을 만들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수주까지 해낸 경험을 살릴 계획이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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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인애이블퓨전 대표(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는 “DTT는 K-STAR보다 10% 정도 큰데, 거의 유사한 장치다. 조달 요청을 전세계에 보내 우리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한창 서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해 스페이스X가 상용화를 이뤄낸 것처럼 민간 기업들이 뭉쳐 핵융합 연구가 지금 당장 현실에 다가온 기술이고, 산업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핵융합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2030년대 첫 전기 출력을 통해 상용화를 알리기 위해 나서고 있다.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 확산으로 투자 유치를 받는 기업들도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FS)는 고온초전도자석을 활용한 소형 토카막(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장치) SPARC를 건설하고 있고, 지난 2021년에 약 2조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헬리온에너지는 중수소·헬륨 역자기장을 활용한 핵융합실증장치 폴라리스(Polaris)를 건설하고 있으며, 올해 1월 기준 민간 투자금 751억원을 유치했다.
국내에서는 ITER와 K-STAR 제작, 조달에 참여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이미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토카막 주장치부터 자석시스템, 디버터, 전원장치 등 다양한 분야별로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이경수 대표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된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현실로 이뤄냈다”며 “핵융합 기술은 먼 기술이 아닌 당장 현실로 이뤄질 수 있는 기술이 되어 미국 등 기업을 중심으로 2030년대를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민관 협력을 활성화해서 기술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