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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골프장 부지를 둘러싸고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땅 소유자인 공사는 4월1일부터 스카이72에 골프장 운영을 중단할 것을 통보했지만 업체측이 이를 거부했다.
공사는 스카이72에 골프장 영업 허가를 내준 인천시에 등록 취소를 요구하는 한편 골프장 단전·단수를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공사와 스카이72 등에 따르면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23일 스카이72 대표를 만나 4월1일부터 골프장 운영을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스카이72가 이를 거부하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스카이72는 2002년 공사로부터 인천공항 부지 364만㎡를 빌려 2005년부터 골프장 영업을 시작했다. 이 부지의 임대차계약 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 종료됐지만 스카이72는 계약연장을 요구하며 해당 부지에서 계속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사는 스카이72가 무단점유해 골프장을 운영한다며 인천시에 이 업체의 체육시설업 등록(영업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상 골프장 영업을 위한 체육시설업 등록 시 임대차계약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공사는 체육시설업 등록 당시 스카이72가 낸 임대차계약서의 효력이 지난해 말 만료했기 때문에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카이72는 임대차계약서는 등록 시 제출서류의 하나일 뿐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인천시도 스카이72와 같은 입장으로 공사의 취소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골프장 건물 명의자가 스카이72로 돼 있다”며 “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시설 명도 소송을 냈기 때문에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시법상 임대차계약 종료는 등록 취소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 취소 대상인지 질의했다. 답변을 받은 뒤 논의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임대차계약이 끝난지 3개월이 지났는데 인천시는 여전히 스카이72의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며 “해당 부지는 국가와 공사 땅인데 스카이72가 계약사항을 위반하고 무단점유 하는 것을 인천시가 방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 적기에 행정행위를 하지 않아 스카이72가 국가 땅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인천시가 등록 취소를 하지 않자 스카이72 골프장에 대한 단수·단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장 주변에 ‘무단점유’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스카이72측은 “지난해 공사에 임대차계약 연장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공사는 성실한 협의에 임하지 않고 (계약 종료를 앞두고) 무조건 나가라고 했다”며 “골프장을 계속 운영하는 것은 유익비(토지 가치 상승분) 등의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지 무단점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약 연장을 위해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는 지난 1월4일 명도 소송을 냈고 스카이72는 같은 달 말 공사를 상대로 협의의무 확인(계약갱신청구)의 소를 제기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경쟁입찰을 통해 골프장의 새 사업자로 ㈜케이엠에이치신라레저를 선정했지만 스카이72와의 분쟁 때문에 영업 개시를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