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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때는 영웅에 몰입했더랬다. 10여년 전이니 초기작업 때였다. 이른바 ‘맨 시리즈’로 내 소중한 것을 지켜주는 초자연적 캐릭터를 심어냈다. 5년 전쯤에는 자화상 시리즈로 옮겨갔다. 밑그림을 그리고 회칠로 덮어낸 뒤 뾰족한 도구로 긁어냈다. 이목구비만 간신히 남겨 스스로를 회칠 아래 가둬버린 듯했다.
작가 장마리아(39) 얘기다. 이 과정을 거친 뒤 작가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제대로 갈아탈 수 있었다. 부조에 가까운 회화로 제작한 ‘중간쯤 어디-스프링 시리즈’(In Between-Spring Series·2020)가 그 연작 중 한 점이다.
구성뿐 아니라 재료에도 변화를 줬다. 회반죽에 더해 모래·젤스톤 등 양감을 낼 수 있는 ‘거리’를 동원했다. 그만큼 도구를 바꾸는 일도 불가피했단다. 화구 대신 공구를 쓰는 거다. 시멘트 바르는 나이프와 철붓·고무주걱 등. 차라리 캔버스에 조각을 한다고 할까.
핵심은 포인트컬러. 무채색 배경에 올린 이 색을 작가는 ‘봄’이라 부른다. 그래서 ‘스프링 시리즈’다. 작품에 올린 푸른색은 ‘안개 낀 블루’(foggy blue)라고 소개했다.
10월 4일까지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5 가나아트 한남서 여는 개인전 ‘마리아 장’에서 볼 수 있다. 혼합재료. 117×91㎝. 작가 소장. 가나아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