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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만 몰랐네" 미국에선 파는 '초록 신라면'…'이것'까지 넣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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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6.08.23 10: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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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 겨냥 ‘신라면 그린’…육류 원료 ‘제로’
표고·튀긴 두부로 감칠맛…고수 향은 은은하게
비건인데 나름 '묵직'…신라면 매운맛도 그대로
해외 전용 라면 국내서 흥행…삼계탕면도 ‘완판’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농심 ‘신라면 그린’. 육류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표고버섯과 튀긴 두부 등을 활용한 채식 신라면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농심 ‘신라면 그린’. 육류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표고버섯과 튀긴 두부 등을 활용한 채식 신라면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한국 라면인데 한국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든 신라면이 있다. 최근 미국을 찾았다가 현지 월마트에서 마주친 ‘신라면 그린’이다. 초록색 봉지에 익숙한 붉은 辛자가 적혀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본 적 없는 제품이었다. 농심(004370)이 2022년 7월 미국에 내놓은 채식 신라면으로 육류 원료를 아예 빼고 건표고와 튀긴 두부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낯선 포장이 신기해 장바구니에 담았다.

제품은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에서만 파는 제품이다. 현재 국내서 판매 중인 비건 라면 순라면과는 다른 제품이다. 순라면이 건면을 쓴 담백한 콘셉트라면 그린은 신라면 특유의 매콤한 맛을 그대로 살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미국 시장의 비건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출시했다.

봉지 뒷면부터 국내 제품과 달랐다. 물 500㎖에 4분 30초. 국내 신라면 조리법(550㎖)보다 물이 50㎖ 적다. 그 옆에는 현지인 입맛을 고려해 면 익힘 정도를 알덴테와 미디엄, 소프트로 나눠 각각 4분과 4분 30초, 5분으로 표기한 그래프가 붙어 있었다. 전자레인지 조리법도 큼직한 그림으로 따로 안내했는데 상온수 450㎖를 붓고 1000W에서 7분을 돌리는 방식이었다.

농심 ‘신라면 그린’ 봉지 뒷면에 적힌 조리법. 면 익힘 정도에 따라 4~5분으로 조리 시간을 달리 안내하고 전자레인지 조리법도 별도로 표기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농심 ‘신라면 그린’ 봉지 뒷면에 적힌 조리법. 면 익힘 정도에 따라 4~5분으로 조리 시간을 달리 안내하고 전자레인지 조리법도 별도로 표기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뜯어보니 분말스프가 두 개였다. 하나는 국내 신라면과 다를 바 없는 붉은 스프였고, 다른 하나가 낯설었다. 흰 가루에 초록색 조각이 촘촘히 박혀 있어 성분표를 확인해보니 건조 고수와 건버섯 가루였다. 건더기 봉지에서는 네모반듯한 유부 조각이 표고 슬라이스와 함께 들어 있었다.

솔직히 기대를 접고 끓였다. 비건이라고 하면 맑고 밋밋한 국물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표준 조리법대로 4분 30초를 지켜 불을 끄고 첫 모금을 떠먹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생각보다 맛이 깊었다. 고기 육수를 뺐다는데도 맵기는 일반 신라면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가장 먼저 올라오는 것은 표고버섯 향이다. 여기에 면이 살짝 녹아든 국물이 뒤를 받치며 농도를 끌어올렸다. 걱정했던 고수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들깨가루처럼 조금 얹힌 정도다.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국물을 머금은 유부와 큼직한 표고도 씹는 맛을 더했다. 면도 한국 신라면보다 살짝 얇았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도드라졌다. 특히 국물이 면에 잘 배어들었다.

농심 ‘신라면 그린’의 면과 스프 구성. 붉은 분말스프와 건조 고수·버섯 등이 들어간 별도 스프, 표고버섯·튀긴 두부 건더기가 들어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농심 ‘신라면 그린’의 면과 스프 구성. 붉은 분말스프와 건조 고수·버섯 등이 들어간 별도 스프, 표고버섯·튀긴 두부 건더기가 들어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니 비건 라면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일반 신라면에 신라면 블랙 별첨스프를 살짝 풀어 끓인 맛에 가깝다. 성분표에서 고수를 보고 생긴 선입견이 무색할 만큼 향취가 라면과 잘 맞아떨어진 점이 가장 놀라웠다. 물론 고수 특유의 향에 민감하다면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권할 만한 제품이었다.

최근 라면업계에서는 해외 전용으로 만든 제품이 국내에서 역주행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농심이 지난 6월 일본 세븐일레븐에 내놓은 삼계탕사발면이 대표적이다. 현지 판매가 188엔짜리 제품이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7000~8000원에 거래되며 4배 넘는 웃돈이 붙었다. 이달 12일 농심몰에서 1000세트 한정 판매에 나서자 10분 만에 매진됐고 쿠팡 사전예약분도 하루 만에 동났다.

이런 흐름의 배경엔 해외 전용 제품이 갖는 희소성이 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국내에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지는 구조다. 현지 소비자를 위한 이국적인 시도가 한국에서는 오히려 신선한 경험으로 여겨진다. 익숙한 브랜드에서 만나는 낯선 맛이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배경이다. 신라면 그린도 언젠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농심 ‘신라면 그린’을 조리한 모습. 표고버섯과 튀긴 두부 등으로 맛을 낸 채식 제품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농심 ‘신라면 그린’을 조리한 모습. 표고버섯과 튀긴 두부 등으로 맛을 낸 채식 제품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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