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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학사의 죽음…“교장공모제 전면 재검토를”[교육in]

신하영 기자I 2024.07.06 08:00:22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인터뷰
교장공모 담당 부산교육청 장학사 극단 선택
“고인 생전 반복된 집단 민원에 고충 토로”
“특정 교원단체 악용 교장공모 재검토해야”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앞두고 또다시 들려온 비보에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다.”

사진=조성철 대변인 제공
조성철(사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8일 숨진 채 발견된 부산교육청 A장학사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A장학사는 지난 3월부터 교장공모제 업무를 담당했으며 최근 교장공모제 대상 학교 지정에서 탈락한 부산 B중학교의 현직 교장과 학부모 등으로부터 항의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채 발견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에는 병가를 낸 상태였으며, 주변에 집단 민원과 관련해 고초를 토로했다고 한다.

조성철 대변인은 “고인은 반복되는 민원에 본연의 업무를 볼 수 없었고 고성과 무리한 요구까지 감내하며 심적 압박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학교의 학교운영위원장과의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민원 압박은 사실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B중학교 학교운영위원장 C씨와 A장학사 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반복적 민원 제기는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C씨는 해당 통화에서 “오늘 온 공문 보니까 내용이 20일이 지난 상황에도 똑같이 왔다. 복사해서 붙인 것이냐”, “완전히 무시를 하던데 그냥 니가 아무리 떠들어봐라. 이런 뉘앙스던데요”, “저희도 교육감 찾아갈까요”, “교육감을 만나는 절차를 알려달라” 등의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조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보며 교장공모제의 폐해가 어디까지인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교장공모제는 이미 공모학교 지정과 공모 과정을 둘러싸고 온갖 비리와 갈등을 빚은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용방식을 다양화하고 유능한 인사를 교장으로 뽑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통상 초중고 교장이 되려면 교직경력 20년 이상의 교원이 교감을 거쳐 관련 연수를 받은 뒤 교장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제도를 거치면 이런 절차 없이도 학부모·교사·주민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평가와 교육청 심사를 합산해 교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

교장공모제는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과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지원 가능한 ‘초빙형’이 있다. 이 때문에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두고 보수 진영에선 ‘무자격 교장공모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교장공모제가 특정 교원단체의 교장 임용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는 점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천의 교장공모제 임용 인원 217명 중 65.8%(143명)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이다.

당시 조 의원은 “내부형 교장공모제에서 특정 단체인 전교조 출신이 판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경희 당시 의원도 “교장공모제가 전교조 출신들의 교장 임용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당시 인천에서는 교육감 관계자들이 교장공모 면접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에 연루된 6명 중 5명은 “도성훈 교육감과 같이 전교조 인천지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부산 B중학교의 집단 민원에 대해서도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 관련 인사를 교장으로 임용하려고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어떻게든 교장공모 학교가 되고, 어떻게든 무자격 교장이 되려는 과정이 술수와 범법행위를 넘어 이제는 한 사람을 사지로 내몬 것은 아닌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온갖 비리와 폐해를 초래하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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