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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급등에…정유·철강·금융株 '올드보이' 기지개

이슬기 기자I 2021.02.24 03:00:00

금리 급등에 맥 못추는 신경제株…테슬라·LG화학↓
나스닥 하락할 때 구경제 대표격 다우지수는 꿋꿋
韓증시서 뛰기 시작한 정유·철강·조선·금융株
증권가 "시장색깔 구경제 위주로 변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최근 금리 급등 상승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주식시장이 딸꾹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新)경제가 대두한 지난 1년 동안 뒤에서 이들을 지켜보기만 했던 구(舊)경제 관련주는 금리 상승을 계기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으며 급격히 올랐던 신경제 관련주들은 금리 상승의 타격을 받아 당분간 쉬어갈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의 색깔이 변하고 있는 만큼 경기 반등 관련주를 적극적으로 담아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금리 상승에 ‘신경제’ 테슬라·LG화학↓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달 코스피 지수는 전달 대비 3.15% 상승 중이다. 여전히 플러스권을 유지 중이긴 하나 지수의 상승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6.16%)과 12월(10.88%) 상승폭에 비하면 1월(3.58%)과 2월 상승폭은 크지 않다.

미국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S&P500 지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는데, 5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특히 최근 나스닥 지수의 하락이 눈에 띈다. 22일에는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2.46%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금리 급등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22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1.394%까지 급등했다. 물가 상승에 금리 상승까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4월만 해도 초유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국제유가는 어느덧 61달러 수준까지 올라섰고, 구리도 톤당 9000달러에 근접하며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종목들이 타격을 입는다. 경기가 안 좋을 때엔 성장하는 종목이 희소해 그만큼 프리미엄을 받았던 종목들이, 금리가 정상화되면 이번엔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금리가 오르면 무위험 국채만 사도 예전보다 수익을 더 얻는데 구태여 높은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어진다. 특히 최근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주목을 받으며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용인받아 온 ‘신경제(New economy)’ 관련주들이 흔들릴 개연성이 높다.

실제 신경제 대장주격인 테슬라는 이달 들어 22일까지 무려 9.96%나 내렸다. 1월에만 해도 900달러까지 올랐던 테슬라는 22일 하루에만 8.55%나 내리며 주가가 714달러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2차전지 관련주로 각광을 받았던 LG화학(051910)은 이달 들어 3.49% 내렸고, 삼성SDI(006400) 역시 3.27% 내렸다. 시장이 주춤하면서 키움증권(039490)도 4.26% 내렸다.

◇ 정유·철강·조선…올드보이의 귀환

반면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던 구경제(Old economy)는 오래간만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구경제 종목의 경우 대부분이 경기 민감주라 경기가 반등하면 함께 주가가 오르는 특성이 있다. 최근 나스닥 지수가 흔들리는 데 반해 구경제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만큼은 상승권에서 장을 마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달(22일까지) 나스닥 지수는 3.54% 올랐지만, 다우지수는 5.13% 오른 상태다.

한국 시장에서도 정유·철강·금융·조선 업종 등 경기민감주들이 뜀박질 중이다. 정유주를 보면 S-OIL(010950)은 이달 들어서만 32.26%나 올랐고, 롯데케미칼(011170)은 24.90%나 올랐다. 금리 급등이 재차 이슈화된 23일 하루에만 두 종목은 각각 4%대, 7%대 올랐다. 대표적 경기민감주인 포스코(005490)도 이달 들어 13.85% 올랐다. 금융주인 메리츠금융지주(138040)한화생명(088350)도 이달 들어 28%대, 24%대 상승했다. 경기의 파도를 그대로 타는 조선주를 봐도 팬오션(028670)HMM(011200)이 각각 이달 들어 25%대 24%대 급등 중이다.

증권가에선 시장의 색깔이 변하고 있다는 데에 무게를 둔다. 한 공모펀드 매니저는 “S&P500 보다 나스닥 지수가 더 빠지는 것도 그렇고, 나스닥 지수가 하루에 꽤 큰 폭으로 빠지면 며칠 더 하락하는 추세가 있더라”며 “그동안 신경제 관련주들이 득세했던 시장의 색깔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당분간은 구경제의 순환매를 감안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상민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금리 상승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신경제주가 크게 오른 것까지 감안하면 신경제 대비 구경제 종목이 더 크게 오르는 추세는 반 년 가량은 지속될 것이라 본다”며 “경기회복을 감안해 경기민감주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스피 지수 자체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계속 이어가리란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신경제 종목들이 크게 급락하지 않고 받쳐준다면 구경제 종목들이 상승하며 지수 자체는 완만한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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